[뉴스토마토 방글아 기자] 앵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달하고도 열흘이 넘었는데요. 이후로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의 잇따른 사고로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유행어처럼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산재 관리 역량은 지난 10년 간 오히려 악화했다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 방글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거나 사업을 펼 때, 기본이 되는 자료 부실에 대한 문젭니다. 산재 관련 통계가 통합·축소돼온 것인데요. 이때문에 산업 사고에 대한 정책 역량이 기초부터 부실했을 수밖에 없는 셈이죠.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공단이 '분기별'로 발간하던 산업재해 원인조사 보고서를 2012년부터 '연도별'로 축소 했습니다. 발간 주기가 짧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오히려 주기가 길수록 현황 파악이 늦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보 후퇴한 것이죠.
근로자 마흔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화재 사건'과 같은 수많은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산재에 대한 기록도 보관만할뿐, 공개하거나 정책에 활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부처 명칭을 노동부에서 고용노동부로 바꾼 2010년부터는 산재 예방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기조가 강화하면서 정부의 안전 관리 및 산재 대응 역량은 더 줄었습니다.
산재 예방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투자를 촉진하는 데만 대책이 쏠린 거죠.
올해 들어 고용부가 공고한 산재예방 관련 입법안만 보더라도 총 7개중 6개가 기업에 주는 '당근책'입니다. 산재 예방시설에 투자하도록 자금을 융자해주거나,두 시간에서 네 시간 짜리 교육을 제공하는 것 등 입니다.
게중에서도 산재보험요율제가 특히 문젠데요. 실제 산재 감소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으면서도 기업에 보혐요율만 할인해준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적 요율제의 경우는 기업으로 하여금 산재를 은폐하도록 유도한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담 정부가 틈틈히 실태점검을 해야 겠군요.
기자: 하지만 고용부의 감독 기능도 약화해 문젭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용부가 안전 및 보건 관련 감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4개에 불과한데요.
산업재해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임박했을 때가 그 첫 번쨉니다. 근로자의 신고가 있었을 때, 사업장에서 위법이 적발됐을 때와 이전에 내린 명령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때가 그 경웁니다.
더구나, 2009년부터는 '안전인증검사제도'를 실시하면서 일부 기업의 안전 점검에서는 아예 손을 뗐습니다. 사업주가 검사의 시기와 방법 등을 근로자 대표와 함께 정해 실시하면 고용부가 정기검사를 면제해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가능해진 건 정부와 기업 각각 실시하던 두 개의 안전점검을 하나로 합친 '자율검사프로그램'의 도입 때문이었습니다. 두 개로 나뉜 점검이 기업에 큰 부담을 초래한다는 게 도입 이유였습니다.
앵커: 점검까지 기업 자율에 맡긴 거군요. 그만큼 기업의 책임도 커지지는 않았나요?
기자: 당근의 수는 늘었지만, 채찍의 강도는 세지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솜방망이 처벌'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길만큼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해도 최소 3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만 물면 그만입니다.
앵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이후로는 내각을 뒤엎는 등 안전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기자: 총리부터 물러나게 하는 식의 '인물론'인 게 문젭니다. 정작 필요한 법과 제도의 정비 등 '시스템 개혁'에는 뒷전인 것이죠.
시민 사회는 노란리본을 달고 거리로 나서 법과 시스템 정비 등을 외치고 있는데, 정부는 정작 인사 정비에 몰두하느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1980년대 말 영국에서는 제브류헤 여객선 침몰을 계기로 '기업살인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2007년 마침내 종전의 '기업 과실치사' 인정법리를 넘어 세계 최초로 '기업살인법'을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이래 영국 산재발생추이는 하락세가 더 강해집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10만명 당 산재 피해자 수가 10분의 1 수준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수많은 근로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각보다 안전 관리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혁'에 눈을 돌려야 할 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