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산이..힙합퍼들의 음원 차트 돌풍 이유는?

입력 : 2014-05-31 오전 8:30:00
◇신곡 '사람냄새'를 발표한 개리(왼쪽)와 정인. (사진=리쌍컴퍼니)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힙합퍼들이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지난 27일 가수 정인과 호흡을 맞춘 노래 ‘사람 냄새’를 발표한 리쌍의 개리는 이 노래로 각종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랩퍼 산이 역시 미스에스의 강민희와 함께 부른 ‘나 왜 이래’로 음원 차트 상위권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처럼 힙합퍼들이 각종 음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뭘까. 가요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랩퍼 산이. (사진=브랜뉴뮤직)
 
◇귀로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 많아져..‘감성 힙합’의 이유 있는 인기
 
올해 들어 음원 차트에선 발라드곡들이 유독 강세를 보였다.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만 흘러갔던 음악 시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조다. god,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차분한 느낌의 곡들을 들고 오랜만에 컴백한 ‘올드 보이’들의 활약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가요 관계자는 “음원 시장에서 눈으로 보고 즐기는 음악보다는 귀로 듣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인기를 얻는 노래의 장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개리와 정인이 부른 ‘사람 냄새’는 어쿠스틱 R & B 힙합 곡으로서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인상적이다. “진흙탕을 달리는 마차처럼 막 살아. 왠지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뜯어보면 상처 많은 남자. 공장 굴뚝의 연기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지 혼자”와 같은 가사들이 듣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개리의 랩에 정인의 소울풀한 보컬이 더해진 이 노래는 강렬한 비트의 힙합 음악에만 익숙했던 대중들에게 힙합의 새로운 매력을 전한다. 지난 4월 발표됐던 효린·매드클라운의 ‘견딜만해’나 지난 9일 발표된 정기고·빈지노의 ‘너를 원해’의 인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드라마 인기에 힙입어 OST도 인기 고공 행진
 
지난 29일 발표된 산이의 ‘나 왜 이래’는 MBC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OST다. 이승기, 고아라, 차승원 등이 출연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드라마 OST는 음원 차트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나타내왔다. ‘나 왜 이래’ 외에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또 다른 OST인 ‘사랑 그 한 마디’ 역시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선 상태다. ‘사랑 그 한 마디’는 소녀시대의 태연이 불렀다. 산이가 드라마의 인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
 
그런 가운데 드라마 OST계의 변화 역시 힙합퍼 산이가 부른 노래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엔 드라마 OST라고 하면 랩이 들어간 노래는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노래가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젠 그런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OST계에 힙합 음악의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힙합 대중화’, 어디까지 왔나
 
힙합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고, 마니아들만을 위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한동안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대중들 사이엔 그런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랩퍼들의 음원 차트에서의 활약을 통해 힙합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힙합의 본질이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진짜 힙합의 대중화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부분의 힙합 음악들은 감성적인 멜로디 위에 사랑 이야기가 얹어지고, 여기에 유명한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가 더해진 형식이다. 이 때문에 삶에 대한 진실된 생각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힙합 본연의 특징이 퇴색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사람들이 소위 ‘팔리는 음악’을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런 점에서 오버신과 언더신의 경계가 희미해졌고, 언더신만이 갖고 있던 독창성이나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가 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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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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