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세월호 그림자 없애기에 나섰다. 추모 분위기 속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30대 그룹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해쳐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계획된 투자를 조기 집행하고 새로운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필요한 인력도 신속히 채용하는 등 기업 본연의 활동에 매진해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무엇보다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연기됐거나 취소된 마케팅을 재개하고 세월호 사고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소비에 대한 보완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경제계와의 모임'을 위한 30대 그룹 사장단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기획재정부)
이처럼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업들의 경제 활동을 독려한 것은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전반이 둔화되면서 경기가 침체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무겁게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가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슬픔에 빠진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고, 기업들은 투자와 마케팅을 자제했다.
전기전자업계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 기업 차원에서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마치 홍보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선뜻 나설 수 없었다"면서 "더불어 내부적으로 계획됐던 각종 행사와 마케팅은 무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보통 카메라업계 성수기가 4~6월인데 세월호 사고로 인해 회사들이 광고와 프로모션을 미뤘다"며 "이로 인해 올해 성수기가 순연되면서 경영 계획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경기 지표도 이를 방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6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4.5를 기록했다. 4개월 만에 최저다.
한 달 전에 조사한 5월 전망치는 101.7로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면서 경기회복세를 점치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93.0를 기록하며 기준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종의 위축이 컸다.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다음달 체감경기를 예상해 볼 수 있는 6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81, 비제조업은 2포인트 하락한 72로 각각 조사됐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인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지속된 것으로 풀이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두 달째 눈치를 보면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총리가 총대를 멘 것 같다"며 "아직 구조되지 못한 분들이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명목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독려하는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화답한 곳은 SK다.
SK그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경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 100억원 어치의 국민관광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이 주말이나 휴가기간 중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활동을 공식적으로 격려했기 때문에 SK를 시작으로 속속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가 앞서 열의를 보인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올해부터 시작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