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9일 증권가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례없는 '초강수' 경기부양책이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낙수효과'가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단기간에 본격적인 유동성 확대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부양책을 세부적으로 볼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ECB 경기부양책, 유동성 개선..신흥국 '낙수효과'
ECB는 지난 5일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25%에서 0.15%로, 초단기수신금리인 ECB 예금금리를 0%에서 -0.10%로 인하했다.
또 가계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특수목적 저금리장기대출(LTRO)를 오는 9월과 12월에 걸쳐 4000억유로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비금융기업 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준비 작업 등과 같은 신용확대 조치도 시행하기로 했다.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자료제공=ECB·신한금융투자)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ECB가 발표한 통화정책 패키지는 유로화 유동성을 늘려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부분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증가한 유로화 유동성이 이머징 주식의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1~3월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했던 유럽계 자금이 ECB 정책 효과로 향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게 될 경우 국내 증시 수급 구조의 호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정책이 최근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세도 추가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코스피는 2000선 내외에서 외국인과 투신권의 줄다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 유동성에 미국 경기가 받쳐주고 있어 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추가 상승에 대비할 때"라며 "과거 패턴상 ECB의 유동성 공급은 유럽계 자금이 코스피로 유입된다는 의미로 유럽계 자금 중심의 외국계 수급이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도 "과거 사례에서 보면 ECB 정책패키지가 적용되면 유럽계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자금유입은 통상 평균 3개월, 최소 5조원 이상 순유입된다고 코스피 지수는 3~5개월간 7.1~10.5%의 상승국면이 이뤄졌다"며 "이번에도 최소 8월 중순까지는 긍정적인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부정책 중 특수목적 LTRO를 통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직접적인 유동성 팽창 효과는 본격적인 LTRO 시행까지는 제한적"이라며 "LTRO 시행 이전까지는 ECB 자산 증가가 없어 신용창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LTRO를 통한 효과는 미지수라고 판단한다"며 "지난 2011~2012년 두 차례에 걸친 LTRO 시행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ECB 자산이 크게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는 LTRO 이전 수준으로 자산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ECB 정책으로 원화강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와 유로간의 관계로 유로약세로 인한 달러강세가 원화약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고 진단했다.
◇시총 상위 '대형주' 수급개선 예상
증권가에서는 이번 경기부양책으로 유럽계 자금 유입이 들어올 경우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원화강세의 속도조절이 나타나며 국내 수출주의 수급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표 추천업종로는 IT, 조선, 은행 업종 등이 제시됐다.
곽병열 연구원은 "초기국면에는 바스켓매수의 영향으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대한 수급개선을 예상한다"며 "특히 펀드환매 대응을 위해 과소비중이 이뤄진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low-deep stock)는 매도압력 저하로 인해 수급상 상승폭이 클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주 내 외국인 쏠림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그룹 관련주의 외국인 시총비중은 48%에서 정체되고 있고 비삼성그룹 관련 대형주 외국인 시총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주로의 외국인 쏠림현상은 완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정책 강도가 강화되며 외국인 수급이 강화된 시기에서 낙폭이 컸던 소재·산업재의 단기 반등이 컸던 경험을 상기해볼 때 차별화 완화에 초점을 둔 시장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부증권 주식전략팀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그 중에서도 IT섹터를 최선호업종으로 꼽았다. ECB의 조치로 궁극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주식의 종목들을 추천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