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공공성 후퇴가 빚은 참극이었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9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Public Services International)의 세월호 관련 기자회견에서 "무제한의 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의 탐욕과 무책임한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합작품은 국민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위원장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 수준의 국민안전대책을 세우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의료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며 "영리자본의 탐욕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 대상으로 만드는 이 정책은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으로, 제2의 세월호 참극을 부르는 국민 대재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확대, 인수합병 허용, 영리법인 약국 허용, 경제자유구역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규제 완화 등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공병원 확충,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문진료 활성화, 예방의료 활성화, 1·2·3차 의료전달체계 확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지난달 28일 전남 장성군의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환자와 간호조무사 등 21명이 사망했던 사고 역시 허술한 안전조치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예고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환자, 보호자, 노동자 등 다중이 24시간 상주하는 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얼마나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다시는 이같은 대형 참사가 병원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에 환자 안전과 병원시설 안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며,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의료민영화 정책 폐기, 전면적인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 추진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빗 보이스(David Boys) 국제공공노련 사무부총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공공부문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히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민영화는 환자의 안전을 더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공공부문 의료를 확대하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지 못하게 하려고 로비를 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료민영화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패를 통해 거부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한국에 이 정책이 도입되면 20여년 후에 다른 정부가 약화된 공공의료를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2차 총파업을 앞둔 지난 3월16일 보건복지부와 원격진료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 시행 이후 입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2차 의·정 협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4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의협 대의원회가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 등 의협 내분으로 협의 내용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후 김경수 의협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지난달 30일 복지부와 3개 광역시, 3개 중소도시, 3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오는 11월 완료를 목표로 하는 원격의료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협 내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복지부가 사실상 원격의료 시행을 염두에 두고 짧은 기간임에도 시범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협 내분을 빌미로 기존 협의를 사실상 폐기하고 기존 안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민영화, 산별중앙교섭 쟁의조정 등의 내용으로 오는 24일 4만4000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 총력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9일 민주노종 대회의실에서 국제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의 세월호 참사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병우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실장, 김성광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처장, 데이빗 보이스 국제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 사무부총장, 최보희 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