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논란. 감정원-감평협 갈등으로 비화

한남더힐 타당성조사 절차·내용상 심각한 문제 주장

입력 : 2014-06-12 오후 4:06:00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한국감정평가협회가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감정원은 감평업계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남더힐의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조작했고, 국토부는 뒤에서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을 봐주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협회는 12일 감정원의 한남더힐 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검토한 결과, 절차상, 내용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정평가협회는 "감정원이 타당성조사 2차 심의위원회에서 '부적정'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재투표를 했다"며 짜여진 각본에 의한 타당성조사라고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앞서 국토부는 한남더힐의 분양전환액 산정 감정평가 결과 세입자와 시행사 간의 평가액이 최대 3배 가까이 벌어지며 갈등이 고조되자 감정원에 평가액 타당성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세입자측이 의뢰한 평가액은 '과소', 시행사가 의뢰한 평가액은 '과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감정원이 감정평가한 한남더힐의 적정가격 수준과 한남더힐 공동주택가격의 격차가 1.4~2배에 달했던 점을 들어 내용상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감정평가협회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이 주장하는 공동주택 현실화율 75%를 적용해 보정하더라도 최대 1.5배 차이가 났다.
 
이 같은 결과는 공동주택가격 또는 타당성조사결과 중 하나가 심각하게 잘못됐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공동주택가격이 낮은 것이라면 조세 정의를 위반한 것이며, 타당성조사결과가 잘못됐다면 이는 정부의 중차대한 위탁업무를 부실 수행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감정원이 내린 평가총액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감정원은 한남더힐의 적정가격 수준으로 1조6800억원~1조980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는 감평 원칙상 무의미한 수치라는 것이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복수 감정평가를 할 때 감정평가업계는 두 감정평가금액이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낮은 금액 대비 18%의 격차가 존재한다"며 "감정평가업계에서 통용되는 원칙에 비춰 적정가격의 범위로서 무의미한 수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협회는 국토부와 산하 기관인 감정원과의 유착 관계도 의혹도 제기했다. 국토부가 일반 감정평가법인에 대해서는 중한 징계처분을 하는 것과 달리 한국감정원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지난 2011년 7월 감정원이 174억원의 손해배상 확정판결의 받은 실례를 들었다. 당시 한국감정원은 서울의 한 리조트를 519억원으로 담보감정평가했지만 62억원에 감정평가했고, 20억원에 낙찰됐다.
 
감정평가협회에 따르면 이는 감정평가제도 도입 이래 최대의 가격 격차며, 단일 건 최대 손해배상 사건이었지만 당시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에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한편, 국토부는 한남더힐을 평가한 해당 감정평가사에 대해 6월 중 징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감정원은 응분의 처분을 받았어야 했지만 아무런 징계도 없었다"며 "한남더힐 관련 감정평가법인들에 대해서만 가혹한 징계를 가하려는 국토부의 입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감정평가협회는 한남더힐 분양전환가 논란을 계기로 한국감정원이 감평업계에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조작된 타당성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지위를 둘러싼 감정평가업계와의 대립 국면에서 한국감정원이 주도권을 쥐고 특권과 특혜를 강화하고자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불공정한 상황의 폐단으로, 한국감정원이야말로 척결돼야 할 적폐다"고 강하게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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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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