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증권업계 1위
우리투자증권(005940)을 품에 안은 농협금융지주가 중장기적으로 당기순익 '2조 클럽'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중앙회에 지불하고 있는 당기순익 상당의 명칭사용료가 장밋빛 전망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농협금융은 최근 인수한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운용 방안과 합병 계획을 밝히고 2020년 농협금융지주의 비전을 내놓았다.
이번 계열사 인수를 계기로 농협금융은 오는 2020년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익 2조원, 시너지수익 5000억원, 비은행비중 4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년도 순익이 293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순익 규모가 7배 가량 늘어야 한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명칭사용료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NH'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따른 대가를 매 분기 중앙회에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은 당기순익보다도 많은 명칭사용료(4535억원)를 중앙회에 지불했다. 법인별로는 농협은행이 4235억원, 농협생명 266억원, 기타 자회사 34억원이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명칭사용료 부담을 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실적은 639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순익 감소율도 40%에서 22%로 낮아진다.
올해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를 비롯해 부실채권비율 감축을 위한 비용이 지난해 수준으로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협금융은 올해도 중앙회에 3250억원의 명칭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우투증권 등 3개사가 농협금융에 합병한 후에는 명칭사용료가 더 올라간다.
농협금융은 당분간 우리투자증권의 사명을 유지하다가 연말 농협증권과 합병한 뒤 'NH우투증권'으로 변경된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사명은 내년 통합 전까지 유지되며,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즉시 'NH저축은행'으로 바뀐다.
농협금융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낸 브랜드사용료는 100억원 상당이었고, 이들 계열사가 농협금융에 합병되면 중앙회에 112억원 내야 한다.
특히, 농협증권은 매출규모가 작아 그동안 매년 20억원대의 명칭사용료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하게 될 경우 명칭사용료가 5배 가량 늘어난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3개 계열사가 우리금융에 브랜드사용료 명목으로 100억원을 냈었고 농협금융에 오면 중앙회에 112억원을 내게 된다"며 "12억정도 더 늘어나는 것이라 추가적인 부담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NH농협증권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임종룡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이번 계열사 인수를 계기로 오는 2020년엔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2조원, 시너지수익 5000억원, 비은행비중 4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농협금융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