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한국과 유럽연합(EU)이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5년 내에 완전 철폐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EU FTA 협상은 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16일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공산품에 대해 품목 수 기준 EU는 3년 내 99%, 우리나라는 3년 내 96% 관세를 철폐하고 5년 내 양측이 모든 품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자동차의 경우 1500cc 이상 중대형은 3년 이내, 1500cc 미만 소형은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밖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협정 발효 후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사전 조율을 바탕으로 오는 23∼24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8 차 한-EU FTA 협상에서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 3~5일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와 베르세로 EU 수석대표의 회담 결과로 양측은 8차 협상을 앞두고 잔여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공산품 관세 철폐 시기를 EU는 3년 내 99%, 한국은 96% 품목에 관세를 철폐한 후 5년 내 완전 철폐에 이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한-미 FTA에 비해 개방 폭이 커진 것으로 한-미 FTA 당시 미국이 3년 내 철폐하기로 한 공산품의 비율은 91%였다.
협상 체결에 최대 걸림돌이 돼 온 자동차에 대해선 1500cc 이상 중대형은 3년 내, 1500cc 미만 소형은 5년 내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자동차 관세는 한국이 8%, EU가 1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기술표준에 대해선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준을 대부분 인정하고 한국에 수출하는 EU 자동차에 대해선 오는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일정 수량에 한해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를 장착하지 않아도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협정 발효 1년 후에 별도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OPZ) 지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EU 측에서 계속 요구해 온 원산지 표기방식인 'made in EU'는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반면 협상의 또 다른 쟁점으로 꼽혔던 관세환급과 원산지 문제는 양측의 일부 양보에도 불구하고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 해 이번 8차 협상에서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양측은 오는 제8 차 협상에서 잠정타결을 선언한 뒤 다음달 2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런던에서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해 최종타결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런던에서 한-EU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함으로써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게 보호무역주의로는 이번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EU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내총생산(GDP) 기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6조309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15조1600억달러)의 거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