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일본계 자본이라는 점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국내 자본이 아니라는 게 문제인가요?"
저축은행 사태로 주인을 잃은 국내 저축은행 업계에 일본계 금융자본의 진출이 두드러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일본계 자본'이라는 낙인이 씌워진 해당 업체들은 지나친 기우(杞憂)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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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잔액 상위 10위 업체 중 절반이 일본계 금융그룹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파이낸셜대부, 산와대부, 미즈사랑대부, 조이크레디트대부금융, KJI대부금융 등이 해당한다. 특히 KJI대부금융은 지난해 2월 일본계 자본인 J트러스트에 인수됐다.
저축은행 계열까지 확장하면 국내 금융시장 가운데 서민금융은 '일본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지난해 일본 다이요생명이 동양증권과 동양생명에 투자했고 오릭스저축은행이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사명을 바꾼 SBI저축은행은 현재 저축은행 업계 1위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본계 자본'이라고 낙인이 찍힌 업체들은 저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저축은행 인수에만 10번째 도전한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A&P파이낸셜대부는 남다르다.
지난달 말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왜 '일본계' 회사라고 하는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 회장은 "미셸 위는 한국계인가 미국계인가. 대부분이 미국 국적을 가진 그녀를 한국계라 생각한다”며 “부모님이 한국 사람이고 제 국적이 한국이다. 또 한국에서 99%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계 회사라는 낙인이 영업과 마케팅을 추진하는데 상당 부분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계 자본이라는 이미지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승인단계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러시앤캐시보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가 먼저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 웰컴론이 순수 국내자본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론이 당국에서 정했던 기준을 먼저 갖췄던 점은 사실이지만 순수 국내자본이라는 이미지도 '1호'가 되는데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복수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게 전적으로 장점만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본 자본 때문에) 서민금융이 황폐화될 것이란 예측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부업체, 일본계 대부업체 모두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20%대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에겐 나쁠 게 없다"며 "중금리 상품이 인기를 끌면 경쟁사들도 따라오게 된다"고 평가했다. 즉 금융시장에 '메기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메기 효과'란 미꾸라지가 들어 있는 어항에 메기를 집어넣었을 때, 미꾸라지들이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유지하는 현상을 빗대는 표현이다.
대부업계에서도 단지 ‘반일 정서법’으로는 일본계 자본을 '악(惡)'으로 규정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저축은행 등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은 특히 일본이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국내 금융권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며 "단 해당 법규와 규칙을 어길 경우엔 엄정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