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드림파마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마감되면서 국내 제약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키 위한 인수합병(M&A)이 중견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가운데 대형 제약사 간 움직임도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
안국약품은 자사에 없는 비만 치료제 분야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가세했다. 드림파마의 연구개발 역량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드림파마는 '푸링', '푸리민' 등 제네릭 비만 치료제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골다공증 복합제 개량신약인 '본비바플러스'를 개발해 현재 스위스 로슈에 공급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 항혈전제 개량신약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541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달성한 중견 제약사다. 드림파마는 매출액 930억원으로 외형적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은 안국약품보다 많은 127억원을 기록했다. 알짜배기 회사로 평가 받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매출 규모를 볼 때 시장의 관심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안국약품이 인수에 의욕을 보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국약품의 인수 의지는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국약품이 시장 예측대로 드림파마를 품에 안을 경우 앞선 수차례의 인수합병에 이어 국내 제약사의 구조 개편을 촉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약가 인하의 영향과 함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등으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 외에는 딱히 묘책이 없다는 게 제약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는 곧 자체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이라는 제약계 숙원과도 맞닿아 있다. 소규모의 내수를 놓고 아옹다옹하기보다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낫다는 판단이다. 또 규제 중심의 내수를 탈피하는 동시에 물밀 듯 들어오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대결을 위해서도 규모의 경제는 필수적이다.
앞서 지난 2월
한독(002390)은 태평양제약을 575억원에 인수했다. 주로 전문의약품을 제조하는 한독은 일반의약품이 대부분인 태평양제약과 제품군이 겹치지 않아 성공적인 인수로 평가받고 있다.
녹십자(006280)는 지난 1월
일동제약(000230) 지분율을 29.36%까지 끌어올리면서 2대 주주로 따올랐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탓에 부담을 느낀 녹십자가 잠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사 간 인수합병은 제약시장 판도 전체를 뒤흔들 메가폭탄임에 틀림 없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계 관계자는 "오너 중심의 문화가 제약시장에 뿌리 내리면서 서로를 침해하는 인수합병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마저도 최근 들어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드림파마 인수전에 참여한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알보젠은 지난 2012년 근화제약을 인수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에 비만치료제 중심의 드림파마를 인수하면 해당 분야에서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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