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기동민은 공천장 걷어차라

입력 : 2014-07-04 오후 1:20:31
뜬금없었다. 광주 광산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마치고 한창 표밭갈이 중이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내리꽂았다. 갖은 명분을 끌어다 쓰고 있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냥 안철수 대표 작품(?)이다.
 
서울 동작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안 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만 예의주시하던 공천 신청자들은 허를 찔렸다. 학생운동에 투신, 전대협을 이끌며 김근태계 한솥밥 아래 20년 동지관계를 이어오던 기동민·허동준 두 사람의 신의에는 금이 갔고, 각 계파는 안 대표의 수에 담긴 의미를 읽느라 분주해졌다. 묘수가 아닌 악수일 뿐이다.
 
기동민 전 부시장은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힌 채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복잡한 교통정리는 당 지도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안 대표만 바라보며 전략공천을 확신하던 금태섭 대변인은 풀이 죽어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이번까지 네 번째 당으로부터 외면당한 허동준 예비후보는 당 대표실을 점령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불똥은 광주 광산을로 옮겨 붙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공천 배제가 확실시된다. 올드보이, 구(舊) 정치의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그럴 취급을 받을 인물이 아님에도 각각의 셈법 속에 모두 등을 돌렸다. 윤장현 밀어붙이기에 자신감을 얻은 안 대표에게 지역여론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당의 자산이던 이용섭을 잃었음에도 아픔은 없다.
 
막강한 총재 정치가 부활했다. 모두 바둑판 돌에 불과하다. 여기서 저기로 돌을 옮기면 그뿐이다. 결과(실적)만을 중시하는 기업가 논리 앞에 당내 민주화, 절차적 정당성은 제 길을 잃었다. 지난 대선 당시 세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던 안 대표가 그의 장점인 놀라운 학습효과를 발휘하며 3김시대로 당을 되돌렸다. 껍데기만 새 정치다.
 
기동민 전 부시장이 걷어차야 한다.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광산을 접고 동작으로 상경해야 할 명분이 없다. 선당후사란 명제 앞에 모든 견제세력이 차단당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안 대표의 덫에 갇혔다. 당장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상대하기도 버겁다. 명분 없는 싸움에서 실리마저 잃을 경우 다음을 기약하기조차 힘들어진다.
 
“궁하면 받고, 길게 가려면 걷어차라” 그의 선배인 소문상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제시한 길이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 어렵게 꼬인 실타래를 끊을 수 있는 이는 현재로서는 그 밖에 없다. 늦더라도, 혹은 패하더라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정치다. 노무현의 삶이 이를 증명했다. 새정치가 아닌 참정치의 모습을 그에게 기대해 본다.
 
김기성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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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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