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위반 단골' 두산베어스, 선수단 관리 문제 없나

입력 : 2014-07-05 오전 8:00:00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징계를 받은 두산베어스 소속 전·현직 선수.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게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있다. 바로 '약산'이다.
 
약물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많아 붙여진 '약산'이란 별명은 두산에게는 매우 치욕스럽다. 정정당당한 경기력으로 승부해야할 스포츠에 부정적 수단이 남몰래 끼어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가 약물문제로 잇따른 문제를 일으켰고, 구단 소속 선수의 건강과 생활을 관리·감독해야할 구단 프런트들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야구규약 'KBO 도핑금지 규정'에 의거해 이용찬(27·두산)에게 '10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부과했다. 지난달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이용찬의 소변 샘플에서 사용 금지 약물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용찬은 두산 소속 선수로서 약물로 발생된 최초의 물의가 아니다. 벌써 세 번째다. 그동안 어느 선수가 어떠한 약물 문제로 아구계에 각종 물의를 일으키고 죄값을 받아야만 했나.
 
◇박명환 - 2006년도 WBC 도핑 검사
 
두산 소속 선수로 금지 약물 문제를 일으킨 첫 선수는 지금은 NC에 있는 박명환(37)이다.
 
박명환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로 참석 중이던 지난 2006년 3월18일 금지약물 검출로 인해 바로 '출전 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당시 발표된 '한국 투수 출전정지 처분(Korean pitcher disqualified from tournament)'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한국 팀 투수 박명환이 도핑테스트 결과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국제야구연맹(IBAF)이 WBC에 알려 왔다. 이에 따라 박명환은 잔여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기재돼 있다.
 
해당 조치로 인해 박명환은 잔여 경기에 나설 수 없음은 물론 국제 경기에 총 2년간 출장할 수 없었다. 
 
출장정지 처분 직후 국내 언론에는 KBO를 통해 발표된 박명환의 해명이 나왔다. 박명환은 당시 "지난해(2005년) 어깨 부상으로 시즌 후반기 출전을 포기한 뒤 진통제 등을 맞은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약물을 투여한 적은 없다"고 약물 검출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명환은 당시 대회에 나선 국내 투수 13명 중에서 가장 몸 상태가 안 좋아 거의 기용되지 않던 선수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의 전력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다.
 
◇김재환 - 2011년도 야구월드컵 사전도핑 검사
 
두산 소속 선수 중 약물 문제로 인해 두 번째 물의를 일으킨 소속 선수는 포수 김재환(25)이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10월1~15일 파나마서 열린 제39회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돼 국내에서 실시된 사전 도핑검사에서 2011년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목록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1-테스토스테론의대사체(Metabolite of 1-Testosterone)'가 검출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양성반응 판정을 받은 바 있다.
 
KBO는 도핑테스트 양성판정에 따라 김재환에게 '내년 시즌 1군 10경기 출장정지'의 제재를 내렸다. 발표됐을 당시 정규시즌이 이미 마무리된 시점이라 제재 효력을 다음 시즌으로 부과한 것이다. 
 
하지만 김재환에게 더 큰 제재조치는 구단의 조치였다. 당시 두산 감독이었던 김진욱 전 감독은 팀 마무리 훈련을 위해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김재환에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신경쓰지 않겠다'라고 본인에게 전했다. 그리고 명확히 '무기한 근신 처분'의 단어로 제재를 밝혔다. 결국 김재환은 짐을 싸서 잠시 떠나야 했다.
 
근신은 4개월간이었고, 김재환은 그 기간동안 배명고 등을 떠돌며 훈련해야 했다.
 
이후 김재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천고(모교)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스포츠클럽 트레이너 친구가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며 9월24일 가져다 준 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생각하고 먹었다"며 "아무런 의심없이 먹었고, 약의 이름은 KADA에서 날아온 도핑 검사 결과 용지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너무 낯설어 정확한 명칭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어찌됐든 김재환은 한국 프로야구계가 실시한 도핑테스트의 양성 판정을 보인 첫 번째 한국인 선수로서 기록됐다. 그리고 최초의 도핑 관련 처벌을 받았다.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삼성의 외국인 선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2009년), KIA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2010년)은 이미 재계약하지 않고 방출당한 뒤라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찬.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이용찬 - 2014년 5월 KBO 도핑 검사
 
한국 프로야구계는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열린 도핑테스트를 아무 탈없이 넘겼다. 결국 3년 만인 지난 5월 선수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가 다시 나왔다. 또다시 두산 소속 선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야구규약 'KBO 도핑금지 규정'에 의거해 이용찬(27·두산 베어스 투수)에게 '10경기 출장정지'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KBO에 따르면 KBO가 지난달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이용찬의 소변 샘플에서는 경기기간 중에는 사용 금지 약물로 지정된 글루코코티코스테로이드(Glucocorticosteroids)과 베타메타손(Betametasone)이 검출됐다. 다른 44명의 선수가 음성 판정을 받은 것과 달리 이용한 혼자 양성의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금지약물 검출 결과를 통보받은 이용찬은 KBO 반도핑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해당 약물에 대해 "경기력 향상 의도가 아닌 피부과 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의 처방을 따랐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KBO 반도핑위원회는 이용찬 선수가 제출한 진료기록을 확인한 후 "약물이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인정하지만 'KBO 도핑금지 규정'에 명시된 TUE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검출된 약물이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상 경기기간 중 사용해선 안될 약물"이라며 그대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용찬의 경우는 억울하게 느낄 소지도 있다. 그렇지만 TUE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이용찬의 잘못이다. 의심될 소지를 자초한 것이다.
 
TUE는 금지약물을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허가를 요청하는 절차로 '치료목적사용면책'이 정식 명칭이다. 경기력 향상이 아닌 치료의 목적을 띄고 불가피하게 써야 할 때 사전에 신고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진 신고다.
 
TUE 신청서는 사후에 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 도중에 부상을 당했을 경우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다. 피부약으로 정식 해명한 이용찬에게는 해당이 없는 것이다. 이는 선수의 부주의의기도 하지만 선수 기량 향상과 건강 관리에 대해 지원하는 프런트의 책임이기도 하다.
 
◇유독 두산만 많은 '약물 징계' 사례
 
그간 두산은 약물 문제로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선수가 물의를 일으켜 다양한 처벌을 받았다. KBO의 도핑 테스트를 통해 적발된 선수가 4명인데 한국인 선수는 두산 베어스에 속한 두 명 뿐이고, 게다가 국제 대회에서도 두산 선수들이 약물과 관련된 물의를 저질렀다.
 
심지어 두산 출신으로 일본 리그에 진출한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2008년 일본에서 일으킨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사건 때는 한국에서 뛸 당시에도 해당 약물을 먹었을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지난해(2007년) 11~12월 썼던 허리 통증 치료 주사와 영양보조제 중에서 금지약물이 나왔을 수 있다"며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스테로이드계 약물의 복용 사실을 시인했던 것이다. 
 
잇따른 약물 파문으로 두산은 '약산'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고 이제는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퍼졌다. 
 
결국 이는 선수들의 건강과 각종 교육을 지원하는 프런트 조직의 잘못이다.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왜 다른 구단은 약물과 관련된 물의가 적은지를 두산 구단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산만 이런 일이 유달리 많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위해서 두산 구단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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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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