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상반기 금융권 잔혹史)③꺼지지 않은 불씨 'KB금융'

입력 : 2014-07-10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대한민국의 리딩뱅크란 곳이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직원의 횡령부터 회장과 행장간 싸움까지 '막장'이란 표현밖엔…."(금융당국 관계자)
 
"1등 은행으로서 자부심, 높은 연봉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했는데 이젠 소속을 밝히기도 부끄럽습니다. 차라리 합격했던 다른 은행에 갈걸 그랬어요."(KB국민은행 행원)
 
결국 현직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직원의 비리에서부터 CEO간의 '집안싸움'까지 약 1년간 이어진 KB의 내홍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제재심의 징계가 확정돼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때 마다 '단골손님'..도쿄지점 부당대출로 시작
 
지난해 9월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KB금융의 흑역사는 시작된다. 금감원과 검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2008년∼2012년께 서류를 조작해 4000억원대의 부당 대출을 일삼고 직원들이 수십억원의 대출 리베이트를 받아 한국으로 송금해 비자금을 조성한 게 골자다.
 
두달 뒤엔, 국민주택기금의 수탁업무를 맡고있는 KB국민은행에서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받고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이들 업무가 중단된다.
  
이때만 해도 내부통제와 쇄신 과정만 거치면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KB 안팎의 판단이 있었다.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전 해외점포를 면밀히 점검하고, 해외지점장 인사의 중요 잣대로 삼겠다"며 "그동안 해외지점장 인사 시 지점장의 인성과 리스크관리능력을 면밀히 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올초부터  KB금융이라는 이름은 금융권 사고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1월에 일어난 정보유출사고, 2월의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사건에도 KB는 빠지지 않았다. 
 
◇정권 '낙하산' 인사의 최후..회장 vs. 행장 '집안싸움'
 
KB금융의 내홍은 결국 최근엔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으로 치달았다.
 
내부 갈등은 국민은행이 기존에 사용하던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노출됐다. 이사회는 시스템 교체 안건을 통과시켰으나 정병기 감사는 경쟁 입찰없이 시스템 변경이 결정됐다는 등의 이유로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19일 이사회에서도 감사 의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 감사는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내부결정으로 다뤄질 문제를 감독당국의 손을 빌리는 행태는 대체 어떻게 봐야하나"며 "(KB국민은행) 자체적인 의사결정 기능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고 이런상황이 계속되면 고객들이 믿고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의 언급대로 문제의 뿌리는 시스템 교체 과정에 대한 이견 자체보다는 심각한 내부 갈등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부정하지만, 사외이사들은 기획재정부 출신인 임 회장 입장을, 정 감사는 금융연구원 은행팀장·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등을 지낸 이 행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낙하산 논란 없는 새로운 경영진으로 꾸려져야"
 
KB금융 내분의 원인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 부족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복잡한 공식으로 얽힌 인사난맥에다 최고 책임자인 임 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KB금융의 CEO가 감독당국과 질긴 악연을 유지하고 있는 본질적 원인은 정권과 결탁된 낙하산 인사 문제다. 정권이 바뀌게 되면 감독당국의 칼 끝이 자연스레 전(前) 정권의 낙하산 인사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금융당국, 금융권 전문가들 모두 더 이상 낙하산 인사가 금융에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의 내부 통제 부실과 관련해 향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내부 승진자나 금융업권 전문 경영인이 전담할 수 있도록 낙하산을 막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악재와 금융사고로 금융사 수익성이 엉망인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가 컸던 만큼 철저히 배제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권 인사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문제에 대해 아주 강력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고위 임원도 "외부 인사들이 경영진을 독차지 하다 보니 금융회사의 장기적인 경영전략이 없고, 내부적으로는 줄서기가 횡행하면서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 지우기'식 인사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낙하산 인사들은 전임자들의 업무성과와 경영전략, 노하우를 발전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데다, 정부 정책추진 등에만 주로 신경쓰기 때문에 내부통제가 허술해져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며 "근본적으로 낙하산이 아닌 새로운 경영진으로 대폭 교체돼야 할 것"이라며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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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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