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재력가' 송씨 '비밀장부' 공개.."정관계 인사 리스트 존재"

1칸에 2줄씩..돋보기로 봐야할 만큼 정밀하게 기록
알파벳 등 암호 구분..'인물-금액'리스트도 정리

입력 : 2014-07-18 오후 4:27:1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현직 검사를 비롯한 '정관계 로비'의 핵으로 떠 오른 살해된 재력가 송모씨의 비밀장부가 18일 언론에 공개됐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송씨로부터 돈을 받은 경인지역 A부부장 검사에 대한 수사에서 서울남부지검이 받은 금액과 회수 등의 확인에 혼선을 일으키며 '제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자 송씨 유족들로부터 압수한 비밀장부를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비밀장부는 송씨가 직접 작성한 장부 2개 중 하나로 2006년 7월 이후에 작성된 것이다.
 
감찰은 다만, 장부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송씨가 기록한 방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설명했다.
 
비밀장부는 밝은 황갈색의 대학노트로, 앞에는 싸인펜으로 '매일 기록부'’라고 씌어 있으며 띄지가 둘러져 있던 이음부는 스테이플러로 고정되어 있다.
 
감찰은 이음부가 찢어져 있고 스테이플러가 최근에 박힌 것으로 볼 때 유족들이 수사가 시작되자 장부를 떼어낸 뒤 화이트로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가리는 등 훼손한 뒤 다시 고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씨는 가로로 쳐진 1줄 당 1일 거래 내용을 자필로 모두 적었다. 돋보기를 보고 읽어야 할 정도로 깨알같이 기록했으며 줄 안의 상단에는 금액을, 아래에는 받은 사람의 이름을 표기했다.
 
이 기록은 노트의 맨 왼쪽부분에 위치되어 있으며 칸이 모자랄 때에는 메모지를 덧붙여 기록했다.
 
이어 중앙 부분에 세부내용과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알파벳 등 암호를 표시를 해 구분했으며, 그 오른 쪽에는 특정인에게 건넨 금액을, 맨 오른쪽에는 비고란을 두어 받는 이의 계좌번호와 특이사항을 기록했다.
 
줄을 세로로 그어 구분한 것은 아니지만 항목이 여러 개면 같은 줄 내에서 간격을 두고 서로 구분했다. '월급합'과 '세금합' 등의 내용도 있었다.
 
감찰 관계자는 "일상적인 금전 출납부가 아니다"며 "그 날의 중요사항까지 같이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1줄에 돋보기로 봐야 할 만큼 조밀하게 적었던 이유는 모든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부 1면에 30여개의 줄이 있었고 한 달의 거래 내역이 모두 들어 있었다.
 
송씨가 이렇게 A검사를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넨 금액은 하루에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로, 한 달 동안 전달된 금액은 1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감찰에 따르면, 송씨는 비밀장부 맨 뒷부분에 별지를 둬 이름과 금액 등만을 따로 기재했다. 자신의 돈을 받은 사람의 명단과 연락처 계좌번호 등을 요약해 리스트를 정리한 것으로 이가운데는 현직 의원과 공무원 등의 이름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공개한 송씨의 비밀장부 원본에는 별지 부분이 없었다. 송씨 유족들이 비밀장부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찢어냈기 때문이다.
 
당초 강남경찰서는 사건 초기 유족들로부터 송씨의 비밀장부를 건네받아 원본을 복사한 뒤 되돌려 줬다.
 
유족들은 이후 서울남부지검의 요청으로 송씨의 비밀장부 원본을 임의 제출할 당시 A검사를 포함한 여러명에 대한 기록을 화이트로 지우고, 별지부분은 찢어낸 뒤 검찰에 제출했다.
 
때문에 검찰은 A검사의 이름이 장부에 적힌 것은 1, 2차례이고 금액도 최대 300만원 수준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후 화이트 등으로 지워지지 않은 원본의 복사본을 경찰이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A검사가 돈을 받은 회수와 금액이 그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 밝혀지자 경찰로부터 원본의 복사본을 제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검사의 비리를 자체적으로 수사해 검찰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원본의 복사본을 넘기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제기돼 검경간 갈등설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장부 1개를 추가로 확보하고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A검사에 대한 수사는 대검 감찰본부가 전담하고 있으며, 현직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등 송씨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서울남부지검이 진행 중이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는 A검사로부터 최근 휴대전화 등을 임의 제출받아 통화 내용을 분석 중이며, 여러 정황증거 등을 분석 한 뒤 조만간 A검사를 소환해 본격적이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송씨의 비밀장부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검사나 검찰 수사관 등이 포함됐는지를 아울러 확인 중이며 인물이 특정될 경우 곧바로 감찰 내지는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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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