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오는 22일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종료되는 가운데 이를 철회하라는 의료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의 의료보건단체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보건의료인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과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민변 공공성강화위원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 등 정부의 편법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이 한국 의료제도를 붕괴시키고, 의료비를 급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의료법인의 부대시설을 확대하는 망국적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뒤집는 역주행 정책을 펼치면서 일말의 반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의도대로 의료법인의 부대시설이 늘면 병원은 종합쇼핑몰로 바뀌고, 의료비가 폭등하는 등 보건의료계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며 "역사의 어리석은 정권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월호유가족대책위 이지연씨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는 모든 가치보다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오는 24일이면 100일이 되는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준 교훈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저지특위 위원장은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제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님에도 여당은 왜 망설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의료영리화 정책은 국민의 상식에 따라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 의료보건단체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민 의견 수렴 기간 3만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보건복지부에 접수됐고, 반대 서명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서명자가 50만명을 넘었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이 정책은 국민도, 보건의료인도 바라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보건의료인을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하는 돈벌이 기계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우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는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그때부터 우리의 직업에 부여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시국선언 이후 오후 3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하얀 국화꽃과 노란 리본을 달고 정부종합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세월호 특별법 농성장을 방문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보건의료인 시국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정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상임대표(오른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