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를 고민하는 뉴스토마토 은퇴전략연구소(NRSI)가 새로운 코너 '저출산·고령화 톡(Talk)'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코너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묵직한 고민을 독자 여러분과 말랑말랑하게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편집자주]
"쌍둥이 임신한 분 보호자 맞으시죠?" 지난 17일 새벽 4시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토끼 눈을 한 남성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어 또 다른 남성도 "쌍둥이 임산부 어디에 있나요?"라며 아내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쌍둥이 출생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사례는 대형병원 산부인과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특이 현상입니다. 쌍둥이 이상을 뜻하는 다태아 출생 건수는 지난 2002년 9658명에서 지난 2012년 1만5621건으로 61.7% 증가했습니다. 다태아를 임신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2.70세로 한 명을 임신한 여성 평균 연령 31.59세보다 1.11세가 많습니다. 결혼이 점점 늦어지고 고령 산모도 늘어나면서 난임 등으로 인한 쌍둥이 출생이 증가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9명에 그치고, 둘째 아이 출산은 16만5900명으로 지난 1981년 이후 가장 적었다는 점을 보면 쌍둥이 출산이 꼭 불안한 현상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은 이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지만 관련 정책은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쌍둥이 산모들은 "생각보다 지원책이 많아서 놀랐다"면서도 '고운맘카드'가 아쉽다고 말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운맘카드는 임산부가 지정된 병원에서 임신·출산 비용을 결제할 수 있는 카드로 50만원까지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쌍둥이 이상을 가진 산모는 20만원만 많은 70만원을 받는다는 겁니다. 박모 씨(28세)는 "고위험 산모라서 병원에 자주 가야 하고 수술비도 추가로 들어가는 제왕절개를 할 가능성도 높다"며 "한 명씩 둘을 낳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한 명을 임신한 여성들도 고운맘카드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김모 씨(30세)는 "이 카드는 신한·KB국민카드로만 만들 수 있고, 그마저도 KB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불편했다"며 "신용카드로 받으면 금리 혜택이 있고 좋다고 권유해서 그렇게 했더니 일반적인 신용카드와 다를 게 없었고 병원에서 결제를 할 땐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없게 돼 있어 예산을 넘겨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43만6600명의 엄마가 50만원씩 받았다고 보면 한해 유통 규모만 2183억원입니다. 카드 회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수입원이 될 수 있겠죠.
임신 초기에 필요한 철분제 지원도 2% 부족한 정책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보건소에 등록된 임신 16주 이상 임산부에게 철분제를 무료로 지원하지만,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서모 씨(29세)는 "유산 경험도 있고 임신 초기라 남편을 보내려니 보건소에선 본인만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진단서도 가져오라고 해서 병원에 물어보니 진단서를 받는 비용이 1만원이었다"며 "결국 병원에서 철분제를 처방받고 약국에 가서 6000원 주고 샀다"고 말했습니다.
출산휴가도 임산부를 섭섭하게 하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출산휴가 90일 중 44일은 출산 전에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 위험이 큰 임신 초기에 출산휴가를 쓰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마저도 만 40세가 넘거나 유산·사산 경험이 있는 경우 또는 현재 유산·사산의 위험이 있다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배우자에게는 법적으로 최대 5일(유급 3일) 출산휴가가 주어지지만 마음 편하게 쓰는 경우는 드물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53.7%에 달합니다. 평일에 산부인과를 서성이던 쌍둥이 아빠들은 행복한 편이었습니다.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는 크고 작은 정책을 다듬고 실효성을 높이면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를 타개하는 데 힘을 더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침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최근 열린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인구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표현했고, 새롭게 취임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달초 인사청문회에서 "제도가 있어도 활용이 문제"라며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있는 법이라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기대해봐도 될까요. 2%.
◇산부인과 분만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