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단말채 유동화'로 자금순환 빨라질까

입력 : 2014-07-22 오전 11:28:10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중소 알뜰폰 업체들도 '단말기할부대금채권(이하 단말채) 유동화'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단말기 조달과 자금순환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알뜰폰, 보증보험 문턱 높아..리스크 부담·자금 경색
 
우선 단말채 유동화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편의상 48만원짜리 휴대폰 단말기가 있다고 하자.
 
고객이 24개월 약정으로 이 단말기를 구입했다면, 해당 유통점은 매월 2만원의 단말기 할부채권을 갖게 된다. 원칙적으로 이 할부채권은 유통점과 이용자 간에 발생한 것이지만, 운영상의 효율을 위해 이동통신사가 할부채권을 매입하고 고객에게 요금 고지를 할 때 서비스 요금과 할부채권 대금을 함께 청구한다.
 
여기서 자산유동화 개념이 등장한다. 이통사는 고객으로부터 24개월 동안 받을 48만원, 이 미래에 받을 금액을 증서(채권)로 만들어 이를 담보로 자금을 일시불로 조달한다. 즉 이통사가 보증보험을 통해 할부신용보험에 가입해 담보력을 갖게 된 할부채권을 팩토링 회사(은행, 할부금융회사 등)가 매입하고 연체나 미납 등에 대한 리스크를 지는 대신 일정 수수료를 떼는 것.
 
이를 통해 이통사는 24개월간 묶여있을 자금을 미리 끌어와 다른 단말기 조달에 쓰거나 마케팅비 등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그동안 단말채 유동화를 할 수 없어 자금흐름이 막혀 있었다. 보증보험의 가입 문턱이 높은 데다 팩토링 회사가 채권매입 자체를 거부하거나 리스크를 높게 책정해 비싼 수수료를 매겨왔던 것이다.
 
이에 그동안 알뜰폰 업계도 할부채권 유동화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보증보험을 끊을 수 없어 할부판매가 어려웠던 알뜰폰 업체들은 그동안 연체·미납 리스크를 온전히 부담하면서 자금까지 꽉 막혀 있었다"며 "알뜰폰 시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할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할부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래부, 알뜰폰 단말채 유동화 지원..이통사가 다리 놔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4년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담보가 없어도 낮은 수수료로 단말채를 유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동화 과정은 이통사가 낮은 수수료로 단말채를 매입해줄 금융회사를 선정한 뒤 알뜰폰 사업자가 단말기를 할부판매하면 금융회사가 할부채권을 즉시 매입해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입금하는 절차다. 이통사가 알뜰폰 사업자와 팩토링 회사 중간에 다리를 놓아주는 방식이다.
 
김준모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 사무관은 "이제 설득의 단계를 넘어 팩토링 회사들과의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특히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그동안 자사와 거래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해 청구대행과 채권추심 작업도 해왔기 때문에 이들 금융기관의 협조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할부채권을 유동화하게 되면 단말기대금 청구와 관련한 내용이 팩토링 회사와 연계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산상의 기술적 연동도 플러스 알파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즉 단말채 유동화를 자체 조달하던 대형 사업자도 기존엔 전산 연동이 안됐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불편함이 해소된다는 것.
 
김 사무관은 "단말채 유동화보다 회사채 발행이 유리한 일부 대형사와 단말기 없이 유심 위주로 취급하는 사업자를 제외하면 웬만한 중견기업들에겐 활용도가 매우 높은 제도"라며 "자금여력이 돼 단말채 유동화를 자체 조달하던 사업자는 전산 지원을,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단말채 유동화화 전산 지원 둘 다 지원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일시불로 채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사에 협조를 요청했고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며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별도의 자격요건 없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아직 알뜰폰 시장에서 저가 단말이 대부분이라 할부판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스마트폰 등 고가폰에 대한 할부 요청이 증가한다면 단말채 유동화 지원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이라고 해도 국내 특성상 이통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말기"라며 "사실 고객이 요금은 낮더라도 최신폰이나 새 단말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단말기 조달 부분을 큰 숙제로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서울보증보험이 원하는 수납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단말채 유동화에 나설 수 없었다"며 "앞으로 MNO(이통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보증보험사와 협상하는 데 보다 수월해질 수 있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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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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