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의 수출이 두 달 연속 후퇴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경제가 취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반면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점차 누그러들며 일본 내부 수요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출보다 수입의 회복이 더 빨랐던 탓에 무역적자 개선도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수출 추세로는 하반기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각각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6월 수출 2.0% 감소..무역수지 2년째 적자 행보
24일 일본 재무부는 지난달의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2% 감소한 5조9396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5개월만의 첫 감소세를 나타냈던 직전월(-2.7%)보다는 개선됐지만 사전 전망치 1.0% 증가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수출 품목별로는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기계류의 수출이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와 부품의 수출이 각각 5.0%, 8.8% 감소했고 건설 기계의 수출도 5.3% 줄었다.
반도체 수출도 8.7%, 유기화합물과 의약품의 수출도 12.8%, 15.5% 후퇴했다. 철강제품(-0.4%)과 선박(-12.6%)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수출의 13.3%를 차지하는 자동차가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 강국의 체면을 살렸다.
같은 기간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8.4% 증가한 6조7619억엔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직전월에는 3.6% 감소했다.
수입 품목별로는 석유(8.3%)와 석유제품(35.5%), LNG(7.6%), LPG(18.2%) 등 에너지 수입이 대체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6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8222억엔 적자로 집계됐다. 전달의 9090억엔 적자보다는 감소했지만 6430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은 하회했다.
일본은 또 2012년 7월부터 시작된 무역 적자를 2년째 지속하며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라시마 키이치 시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수출과 수입 모두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수요 부진에 수출 악화.."엔低 효과도 희석"
일본의 수출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것은 대외 수요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일본의 수출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로의 수출이 3.8%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대중(對中) 수출이 1.5%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만(-9.1%), 한국(-7.0%), 인도(-20.8%), 아세안(-7.1%) 등지로의 수출이 모두 위축됐다.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으로의 수출도 2.2% 감소했고 올 상반기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호주로의 수출 역시 14.9% 줄었다.
독일(3.6%), 영국(6.6%), 프랑스(5.5%) 등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6.4% 증가했을 뿐이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아 하반기의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을 5.0%에서 4.7%로 낮췃다.
수출이 엔저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당초 엔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제품이 해외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다. 올 들어서는 엔화 평가절하 속도도 주춤해 수출 개선 효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엔화 가치 하락의 영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양적인 측면에서 수출이 늘지 않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지난달 양을 기준으로 한 수출은 1.7% 줄었다. 2008년 3월의 최대치보다 23%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수출 규모가 25% 확대된 것과도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이 밖에 산업공동화가 수출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이미 생산 기지를 일본 밖으로 옮겨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애초에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카지마 아츠시 일본경제산업리서치센터 의장은 "일본 경제 성장의 한 축인 수출이 산업공동화로 취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 개혁과 기업의 투자 확대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분야로의 투자를 적극 장려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제했다.
◇日정부 올해 성장 전망치 1.2%로 하향.."하반기 낙관 힘들어"
이에 따라 일본 경제 전망에도 점차 비관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의 소비세 인상의 여파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다.
아마모토 야스오 미즈호리서치센터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위축은 소비세 인상 후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정부의 고심을 더 깊게 할 것"이라며 "이는 추가 소비세 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 정부와 BOJ는 최근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의 1.4%에서 1.2%로 낮췄다.
아소 다로 일본 재정상은 "신흥 시장 등의 회복이 더디며 대외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수출은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개선과 함께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BOJ도 지난주 통화정책회의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회계연도의 경제성장률을 1.1%에서 1.0%로 수정했다.
디플레이션 극복과 함께 경제 회복을 유도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야마모토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부진만으로는 BOJ의 추가 완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소비 지출도 함께 후퇴할 경우 정책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