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석달여간의 도피 끝에 검거된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사망)의 장남 대균씨(43)가 25일 특별수사팀이 있는 인천지검에 도착해 조사를 받고 있다.
대균씨는 이날 9시15분쯤 인천지검 청사에 도착하기 전 신원확인을 위해 들른 인천경찰 광역수사대에서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이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아버지 유씨 사망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전에 알았다"고 답해 검거되기 전까지 유씨의 사망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주 중 가족과 연락을 취했느냐고 묻자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동안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수원에 있었다"고 짧게 말했다. 이후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균씨는 간단한 조사 후 바로 이동한 인천지검에서 석달 간 도피행각이 끝났는데 심정이 어떻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아버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밀항을 시도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밀항한적 없다"고 답했다. 왜 도망다녔느냐는 질문에도 "도망다닌 적 없다"고 부정했다. 이후 세월호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것과 유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대균씨는 도피 중 쌓인 피로와 불안감으로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등 다소 이날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대균씨와 함께 압송된 경호원 박수경(32·여)씨 역시 질문세례가 이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초췌한 표정의 대균씨와는 달리 단호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대균씨 등은 이날 수행을 맡았던 하모씨의 여동생이 사용했던 용인 수지 오피스텔에서 은신해 있다가 급습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대균씨에 앞서 이날 오후 7시쯤 대균씨의 측근인 하씨의 누나를 오피스텔인 용인 광교타워에서 검거했다. 하씨의 누나는 유씨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검거TF는 그동안 대균씨가 머물던 오피스텔이 드나드는 사람은 없는데도 수도와 전기요금이 계속 발생하는 점 등 특이점을 발견한 뒤 감시해왔다.
검거 당시 대균씨와 박씨는 문을 잠근채 경찰과 2시간 동안 대치하다 소방차와 사다리차를 동원하자 문을 열고 검거에 응했다.
두 사람이 검거된 오피스텔은 장기 은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냉장고에 가득 차 있었으며 5만원권 현금 1500만원이 발견됐다. 컴퓨터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었다. 두 사람은 추적을 피하고자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균씨는 아버지 유씨와 함께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매월 고정적으로 100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아왔으며, 세모그룹 계열사 돈 56억원을 횡령 또는 배임의 방법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 3일 뒤 프랑스로 출국하려다가 검찰의 출국금지에 막혀 실패하자 곧바로 도주를 시작했다.
박씨는 지난 4월 유씨를 금수원 인근에 있는 구원파 신도 한모씨 집으로 이동시키는 등 도피를 도와준 혐의(범인도피)를 받고 있는 일명 '신엄마'(64)의 딸이다.
신씨는 지난 6월13일 자수했지만 박씨는 대균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도피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대균씨를 도왔다. 태권도 유단자로 국제심판자격증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균씨와 박씨가 청사에 도착한 뒤 곧바로 수사를 시작했으며, 그동안의 도주과정과 숨진 아버지 유씨의 도주과정, 유씨가 청해진해운 경영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25일 검거된 유대균씨(왼쪽)와 경호원 박수경씨.ⓒ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