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이번주 일본 주요 기업의 경영 성적표가 대거 공개된다. 소비세율 인상 이후 발표되는 첫 번째 분기 실적인 만큼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될 지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는 노무라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기업들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첫 분기 실적이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소비세율을 종전의 5%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세수를 늘리려는 의도였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일시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일본 가구의 소비는 3개월 연속 위축됐고 제조업 경기도 이전보다 확장세가 둔화됐다.
그럼에도 소비세 인상이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다.
타무라 히로미치 노무라증권 수석투자전략가는 "거시 환경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다"며 "기업들의 실적도 당초 예상보다 좋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이후 실적을 공개한 43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전했다.
노무라는 지난 분기(4~6월) 특별 항목을 제외한 세전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국내 수요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제조업이나 수출 중심형 기업의 실적이 내수 기반 기업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시장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수출 기업에게는 중국과의 갈등을 제외한 큰 장애물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전해진 대표적 자동차 기업 닛산의 실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분기회계연도 닛산의 순익은 1121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했다. 사전 전망치 843억엔도 크게 상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에서의 영업이익이 51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반면 안방 시장인 일본에서는 569억엔으로 24% 감소했다.
제스퍼 콜 JP모건증권 리서치담당자는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 소비세 이슈보다 중요한 것은 대외 요인"이라며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수요가 얼마나 늘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엔화 약세 기조가 더뎌진 점도 실적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20% 가까이 하락했던 엔화 가치는 올들어 약 3% 상승했다. 29일 오후 4시38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대비 0.17% 오른 101.94엔을 기록 중이다.
타무라 투자전략가는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엔저에 기반한 경향이 컸다"며 "환율을 벗어나 실질적인 이윤 증대 유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