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강력투쟁 예고..통상임금 전쟁

입력 : 2014-07-30 오후 4:32:16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 쟁취를 위한 강력투쟁을 선언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15차 교섭에서도 양측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내 20여개 노조 대표자들은 30일 울산 현대차 노동조합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임금 정상화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정몽구 회장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임을 즉시 인정해야 한다"며 "사측이 진정성 없는 교섭으로 파국을 원한다면 총력으로 투쟁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울산 현대차 노동조합대회의실에서 현대차그룹 내 20여개 노조 대표들이 '통상임금 정상화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현대차 노조)
 
전문가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 노조와 회사가 이미 한 달 넘게 협상을 이어왔는데도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만큼, 파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지엠과 쌍용차마저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자고 노사 양측이 합의한 바 있어 현대차 노조의 불만도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경쟁업체가 통상임금을 확대하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개별적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에 가까운 판결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대법원은 한국지엠이 통상임금 확대판결과 관련해 상고한 건을 기각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대법원까지 한국지엠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어서 한국지엠은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지난해 3월 현대차 노조측 대표 23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확대 관련 소송은 아직까지 1심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2012년 노사 양측이 의견을 모은 별도 합의안에서 현대차의 개별적인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관련 협상을 이어가자고 명시한 만큼 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3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전 임직원에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확대 시 국내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38조5000억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14조6000억~21조9000억원의 추정치를 내놓았다.
 
현대차는 "통상임금이 확대될 경우 얼마의 비용이 소요될 것인지는 기업 경영상의 문제이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분석기관의 추정치를 종합해 볼 때 재계 2위의 현대차그룹이 연간 부담해야 할 비용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8조9935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원화강세에 발목잡힌 현대·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13.3%와 31.7% 폭락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도 경영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사내 유보금은 지난해 기준 113조9000억원, 현금성 자산은 42조8000억원"이라며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는 데 경영상의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현대차그룹 내 10개 상장사가 보유한 사내유보금이 1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노조의 끊임없는 투쟁 경고에도 회사의 입장은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어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현대차 관계자는 "31일 15차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파업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회사의 조심스런 입장에도 노조는 이르면 31일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달 1일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10일까지 이어지는 하계 휴가 기간을 고려해 오는 12~1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하고, 14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파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로서는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발생할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막판까지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해 공개한 2012년 파업손실 규모 자료에 따르면 당시 20일간의 파업으로 손실액 1조7048억, 생산차질 대수만 8만2088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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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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