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여름'에 울상짓는 제습기 업계

제습기 판매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원 평가 결과에 예민

입력 : 2014-07-31 오후 4:38:11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제습기 업계가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마른 장마로 제습기 판매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한국소비자원의 품질 평가결과가 공개되자 예민함을 드러내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31일 선호도가 높은 제습기 11개를 비교 평가한 결과, 제품 간 제습효율이 1.79∼2.36 L/kWh 수준으로, 최대 32%까지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동일 등급에서도 제습효율의 차이가 커 제습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의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격제습능력과 적용면적(자료=한국소비자원)
 
업체들은 이번 조사 항목에서 소음이라는 단일항목보다 소음과 제습성능이 연계된 항목이 합리적인 평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경우 수거제품 3대의 평균값으로 결과를 도출해 오류 가능성을 줄이려 노력한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 됐다.
 
제습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소음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있을 수 있고, 소음보다 제습능력에 중점을 둔 제품이 존재하는 등 업체들 간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를 내세운 상황에서 소비자원의 평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소음 하나로 제습기의 능력을 재단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논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팬 스피드를 빠르게 설정하면 소음이 높더라도 제습능력이 향상되고, 소음을 줄이면 제습능력이 낮아지는 것이 제습기"라며 "하나의 잣대로 제습기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이와 함께 이날 공개된 소비자원의 평가 결과를 마케팅이나 홍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대상 제품이 상대제품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더라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제품의 품질도 우수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발표된 제습기에 '인버터 제습기'가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인버터 제습기가 보통 제습기보다 10~20만원 가량 비싼 상황에서 대기업이 인버터 제습기로 제습기 판매가를 올려놨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인버터 제습기와 보통 제습기의 전기요금이 일년에 5000원 가량 차이 나는데 인버터 제습기의 효율을 뽑으려면 20여년이나 걸린다는 평가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제습기의 소음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업체들과 사전 간담회 때 충분히 협의했고 최대와 최소 소음 조건 간에 제습능력과 제습효율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평가결과에 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버터 제습기의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황이라 보통 제습기보다 비싸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제습기 업체들이 소비자원의 성능평가에 민감해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제습기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장기간 장마로 2012년보다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업체들은 이에 올해 250만대까지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판매를 준비해왔다. 경쟁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가세로 한층 심화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마른 장마로 업체들은 제습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규모가 지난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비 한 번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장마가 끝나버려 제습기 업체들의 피해가 상당한 편"이라면서 "소비자불만 조사에 성능평가까지 나오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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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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