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탈리아가 지난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경기침체를 맞으면서 마테오 렌치 총리의 경제 개혁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탈리아가 예상을 뒤엎고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통계당국(ISTAT)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0.1%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에도 이탈리아는 마이너스(-)0.1%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3차례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4월부터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탈리아가 2분기 동안 0.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로써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겠다던 마테오 렌치 총리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경제 개혁의 성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마테오 렌치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자 감세 등 각종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존 엘칸 피아트그룹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렌치는 지난 3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100억유로 규모의 소비세 인하를 약속했다. 공공·민간 부문에서 연체한 900억유로의 사업대금도 7월까지 청산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렌치는 올해 이탈리아가 0.8%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적도 있다. 그러나 2분기 GDP 성장률이 공개된 이후 정부의 예상치를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기업·은행들은 올해 성장률이 기껏해야 0.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자 공공부채를 삭감하기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탈리아의 GDP대비 공공 부채비율은 올해 1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유로존 국가들의 GDP 대비 부채비율 예상치인 9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탈리아 증시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날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전일보다 2.7% 내린 1만9509.84를 기록했다. GDP가 줄었다는 소식에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이다.
프란세스코 다베리 파르마대학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경제는 스테그네이션(장기경기침체)의 늪에 빠졌다"며 "렌치는 경제개혁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에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탈리아는 트로이카 국제채권단에 손을 벌리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경제를 재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