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국내에 도입된 프로 스포츠 종목 중 자연 환경에 가장 빈번한 영향을 받는 종목은 단연 '야구'다. '들'이라는 뜻의 야(野)를 쓰는 종목답게 야구는 자연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경기의 일시 중단과 취소가 빈번한 이유를 굳이 꼽자면 '자연의 힘'이다.
실내체육관에서 이뤄지는 농구와 배구는 자연의 영향이 적은 종목이다. 야구처럼 실외에서 모든 경기가 이뤄지는 축구는 '수중전'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웬만한 비에는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경기의 시작 전 강우 현상에 '우천순연' 결정을 내리고, 경기를 시작한 이후 비가 내리면 경기를 일시 중단하고 이후 멈출 기미가 없을 경우엔 '노 게임(No Game)'이나 '강우 콜드 게임(Called Game)' 처리한다.
이는 각종 외부 변수에 민감한 종목 특성에 비롯한 것이다.
문제는 기후 때문이 아니라 인적 요인 때문에 경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다. 지난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선언된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id Game)'이 그러한 사례다.
이날 저녁 사직에선 5회 진행 도중 조명탑이 꺼지자 진행 중인 경기를 중단했다. 긴급 수리를 꾀했지만 금방 수리를 마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명됐다.
결국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대 일곱번째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처리됐다. 특히 조명탑 고장으로 인한 것은 33년의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세번째다.
지역 라이벌간의 '믹 매치'를 기대하고 사직을 찾았던 많은 팬들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귀가해야 했다.
다음날인 6일 사직구장에서는 더블헤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두번 진행돼야 했다.
야구장 조명탑의 고장은 정기 점검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직 구장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직구장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비용을 들여 개선작업을 한 곳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들이 선택한 최신형 전광판과 공연장급 음향장비 설치가 이뤄져 기대를 모았다.
그래서 기자는 이번 일이 매우 아쉽다. 사직구장이 정작 기본 중의 기본인 조명탑 점검에 소홀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명백하게 구장 소유자인 부산시의 책임이다. 시설이 노후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개선을 진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부산시의 발표대로 과부하가 원인이었다면 선로가 단선되지않게 미리 준비하거나 승압과 함께 선로를 증설했어야 한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망신은 당했다. 지금이라도 부산시나 롯데 구단은 조명탑에 대한 전면 보수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시는 이런 망신이 재발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