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황선홍-윤정환 '신예' 명장의 등장

입력 : 2014-08-12 오후 1:52:1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다. 작전 타임이 없고 경기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감독의 의중이 운동장에서 발휘되는지도 알 수 없다.
 
감독의 역할은 90분 경기 전에 결정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운동장에서 졸 수 있는 감독이 명장"이라고 했다. 모든 상황에 따른 전술을 경기에 앞서 팀에 입히고 경기는 선수들에게 느긋하게 맡길 수 있는 감독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뜻이다.
 
최근 두 명의 감독이 명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포항스틸러스의 황선홍(46) 감독과 J리그 사간도스를 막 떠난 윤정환(41) 감독이다. 둘은 40대의 젊은 감독들이다.
 
◇핑계 없이 묘수 내놓는 황선홍 감독
 
◇포항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은 물론이고 경기 중에도 다양한 전술변화를 한다. 지금은 팀을 떠난 이명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최전방과 측면 공격 모두 소화했다. 원래 자리인 중앙 미드필더로서도 상대를 괴롭혔다.
 
최근에는 김승대가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공격수로서 전반기 포항의 득점을 이끈 그는 현재 팀 사정상 수비에 치중하는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필요한 때에는 팀을 위해 선수의 역할을 적재적소에 부여한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지난 시즌 2관왕(리그·FA컵)에 이어 올 시즌에도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투자를 줄이고 있는 모기업의 운영에 황 감독 머리가 아플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황선홍 감독은 주어진 여건에서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며 팀을 이끌고 있다.
 
◇축구 지능을 지도자에서 완성한 윤정환 감독
 
◇윤정환 감독. (사진=사간도스)
 
윤정환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축구 지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감독은 과거 니폼니시 감독과 함께했던 시간을 돌이켜 '그 시절에 축구가 많이 늘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선수 시절 경력도 나쁘지 않지만 현재로선 감독을 맡아 자신의 축구를 완성한 듯한 모습이다.
 
윤정환 감독은 일본 J리그에서 만화 같은 일을 해냈다. 2006년 사간도스에 선수로 입단해 기술고문과 수석코치를 지낸 끝에 2011년 지휘봉을 잡았다. 최연소 J리그 사령탑이 된 윤 감독은 부임 첫해에 사간도스를 J리그 1부리그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에는 일왕배 4강 돌풍을 일으켰다. 올 시즌에는 1부리그 1위를 달리며 사상 첫 우승에 근접하기도 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불만이 크다"는 사간도스 운영진의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사퇴했지만 윤정환 감독이 일본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크다.
 
◇국내에서 유럽에 진출하는 지도자 나오길
 
최근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한 축구계 인사는 "국내 축구계가 가지고 있는 인력풀의 한계를 봤다"고 귀띔했다. 기준에 맞춰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좋았으나 그에 앞서 국내 지도자를 포함한 여러 감독에 대한 정보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제는 한국 축구계도 황선홍 감독과 윤정환 감독을 비롯해 젊은 지도자들의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다. 그게 K리그든 대표팀이든 이들이 쌓아올린 가치관을 구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선수 한 명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장' 한 명은 팀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이 두 감독에게서 봤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국내 지도자들이 축구 중심지인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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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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