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잃은 금융정책..이자 부담만 떠안은 가계대출 이용자

금리인하, 변동금리 대출자는 '이득'..고정금리 '손해'
금융당국 "기존 정책 유효..금리 리스크는 개인 책임"

입력 : 2014-08-19 오후 5:33:06
[뉴스토마토 김하늬·김민성기자]한치 앞도 못보고 금융정책을 펼친 정부 때문에 가계대출 이용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구조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확대정책을 독려하면서 고정금리 고객이 크게 늘었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손해를 보게 됐다.
 
이에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신규 대출을 희망하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고정금리 대출자도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
 
앞으로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어 가계부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서민들의 고충은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금리가 15개월만에 0.25% 인하된 2.25%로 결정되면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순차적으로 추가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
 
(사진=뉴스토마토)
 
◇금리인하, 변동금리 대출자는 '이득'..고정금리 '손해'
 
이에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들의 이자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금리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1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고정금리형 또는 준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용자는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보게된다.
 
고정금리대출은 변동금리대출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금리인상 시기에는 고정금리대출이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가 인하되면 고정대출자들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자부담감이 증가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구조의 개선을 위해 은행에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소비자에게는 시장금리 상승위험에 대비해 고정금리로 갈아타도록 종용해왔다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신규고객 고정금리 비율은 지난 1월 14.5%에서 6월 42.3%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대출중 잔액기준 고정금리 비중도 25.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정부는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소비자에게는 세제혜택 확대를, 금융사에는 목표달성을 채근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해놓은 목표비율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금리인하 추세에 따라 판매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 문의가 많아졌다"며 "미국 등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에서 내놓은 은행권 대출구조개선 이행목표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 "기존 정책 유효..금리 리스크는 개인 책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내외적인 환경 여건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고 조기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국내에도 영향을 끼쳐 기준금리 방향이 다시 상승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준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A씨는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준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다"며 "금리가 계속 내려갈까봐 우려되 변동금리로 다시 갈아타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DTI와 LTV완화로 전세 대신 집을 장만하기로 한 예비 신랑인 B씨도 "당분간 금리는 인하될 것으로 보이는데 또 미국이 금리 상승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리방향과 무관하게 금리변동 리스크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기존 정책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정금리는 결국 금리가 떨어지면 불리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며 "차주가 처음에 선택했던 금리 그대로 간다는게 고정금리의 의미"라고 말했다.
 
즉 고정금리 확대정책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되, 소비자의 손해나 이득 등 금리리스크는 개인 결정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더 내려갈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한 의도는 금리인상이 됐을 때 이득을 주려기 보다는 금리방향 여부와 관계없이 금리리스를 차주가 헷지 할 수 있다는 게 정책의 핵심"으로 평가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시장의 금리대출 규모를 조정한다는 발상으로 금융사에 강제적인 수치 목표까지 준 것은 어리석었다"며 "결과 여부를 떠나서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됐다"며 인위적인 개입 정책의 문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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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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