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가뜩이나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에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급이 붕괴되면서 동남아 등 주요 철강 수입국들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자국 철강산업과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철강 수입에 제동을 거는 국가들이 줄을 이으면서 수출로 활로를 모색했던 국내 철강업계에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한국과 인도, 대만, 태국, 터키,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된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해 최종 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산 강관 제품에는 9.89%~15.75%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업체별로는 현대하이스코가 15.75%로 가장 높았고, 아주베스틸, 대우인터내셔널, 동부제철, 휴스틸, 일진철강, 금강공업, 넥스틸QNT, 세아제강 등 나머지 8개 업체에는 12.82%의 덤핑 관세율이 부과됐다. 넥스틸에게는 9.89%의 관세율이 매겨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산 평판압연강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safeguard)는 특정상품의 수입 급증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품목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긴급 조치다.
인도네시아 무역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평판압연강의 수입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42% 증가했다. 수입규모 또한 2008년 8만톤에서 2012년에 25만톤으로 급증했다. 이중 한국산은 지난해 기준 7.2%의 점유율로 베트남, 대만에 이어 수출량이 세 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말 기준 인도네시아 정부는 총 8개 한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중 철강금속 제품은 5개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도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단행했다. 태국 상계관세위원회는 6월7일부터 200일 동안 수입 비합금 열연제품에 대해 잠정 상계관세율 34.01%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최종 판정은 비합금 평판 열연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시작일인 1월30일로부터 1년 이내에 내릴 예정으로, 업계는 예비판정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3월 콜롬비아가 철사, 철근, 선재 등 5개 품목의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령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국들이 연이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산 철강 수출량은 1568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내수시장을 잠식당하자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을 늘린 결과다. 하지만 동남아 등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에서 잇달아 수입제한 조치가 발동되면서 하반기 수출 전선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지난달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14 對韓수입규제 총람’에 따르면 수입규제 조치를 받고 있는 품목의 수출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입규제 조치를 당하고 있는 한국산 품목은 테레프탈산, 풍력타워, 열·냉연코일 등 94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의 총 수출액은 2011년 110억달러, 2012년 90억달러, 2013년 76억달러로, 연평균 약 17%씩 감소했다.
무역협회는 현재 반덤핑(상계관세 포함)이나 세이프가드 조사를 받고 있는 품목의 수출규모는 반덤핑이 20억3200만달러, 세이프가드가 4억6515만달러에 달하고 있어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 규제가 최종 확정될 경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정용 강관의 경우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중인 5개 대표 품목 중 연간 수출금액 기준(8억4574만달러)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우려는 현실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자료=한국무역협회)
한편 우리나라도 내수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철강 수입량은 1309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특히 중국산은 763만4000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31.2% 급증했다.
H형강의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반덤핑 제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과 건설 등 전방산업이 실적 부진의 늪에 허덕이면서 원가절감 차원에서 값비싼 중국산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등 주요 철강 수입국들이 잇달아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면서 해외 내수 유통시장에 대한 접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국산으로부터 내수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무역 장벽을 넘어 수출길을 뚫어야 하는 등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