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유가족들의 면담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16차례나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지만 여전히 당사자인 유가족들과의 면담에 대해서는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정쟁의 늪에서 허덕이는 사이 유가족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청와대도 국회도 유가족들은 '진입불가'라며 모두 빗장을 걸어잠군 상태다.
이런 상황에 여·야 모두 빠른 시일내에 세월호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묘안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당은 '협상없는 면담'을 야당은 '실속없는 투쟁'만 내걸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중 논의하고 있다.(사진=박민호 기자)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사고의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살릴수 있었던 사람을 살리지도 못하고 또 지켜주지도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유가족 못만날 이유가 없다"며 "이것이 (대통령의)진정성이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여당과 유가족이 합의하는데로 야당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야 ·유가족 합의, 여·유가족 합의, 야·유가족 합의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번이나 합의안을 무산시키고 유가족 설득에 실패한 야당이 협상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에 사실상 여·유가족 합의에 동의하라는 뜻이다.
하세월 하다가는 민생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점을 감안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중진의원들은 오후 4시 유가족들을 2차로 면담해 최종 담판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통령만큼은 보호하려는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고서는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들 사이에서 진전된 합의사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박대출 대변인은 "금일 유가족들과의 2차 만남은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가족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의안이 변경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야당은 협상력 실추로 인해 유가족들과 민심에 기대는 처지다.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계파갈등 논란과 거리투쟁 '불참' 선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력을 대통령에 집중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꾸면 우린 멈추겠다"며 "새누리당은 더이상 계산만 하지 말고 제3자협의체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근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김영호씨를 문병하고 결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박영선 위원장을 중심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줄 것이며 힘이 희미해지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협의체 카드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생법안 정상가동은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