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우후죽순 난립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던 내비게이션 및 블랙박스 생산업체들의 순위권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의 절대강자였던 팅크웨어는 보통명사화된 '아이나비'를 내비게이션에서 블랙박스로 확대한 데 이어, 태블릿PC까지 발을 넓혔다. 파인디지털은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를, 미동전자통신은 블랙박스 단일제품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 3사는 다본다가 빠진 공백을 노리며 블랙박스 시장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랙박스 시장이 지난해 120만대 규모에서 올해는 140~150만대 정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세가 많이 둔화됐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성장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시각이 없다.
내비게이션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팅크웨어는 실적 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과거의 영예를 되찾고 있다. T맵을 위시한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출시로 내비게이션 시장이 퇴보하자 블랙박스로 눈을 돌렸고, 신사업으로 태블릿 PC를 선택한 것이 성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팅크웨어는 올 상반기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상반기보다 7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 180% 증가한 853억원과 1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구성비의 변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팅크웨어에 따르면 지난해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태블릿PC의 매출 비중은 각각 43.9%, 31.7%, 15.5%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비게이션은 29.4%로 14.5%포인트 낮아진 반면 블랙박스(42.7%)와 태블릿PC(23.4%)은 각각 11.0%포인트, 7.9%포인트 올라갔다.
회사 측은 "블랙박스와 태블릿PC 분야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성공적인 포트폴리오가 구축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반기 내비게이션 플래그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고, 블랙박스 교체 수요가 일어나면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상장하며 안정적인 자금 수요처를 마련한 미동전자통신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동전자통신은 상반기 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87%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3억원, 당기순이익은 1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방기에 비해 각각 25%, 63% 줄었다. 외형적 성장은 물론 내실도 꾀하지 못했다.
'알바트로스3'의 출시가 늦어져 신제품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ADAS 알고리즘을 탑재한 신제품의 안정성 및 내구성 점검에 시간이 걸린 것도 있다"며 "하반기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품과 신제품 출시가 계획돼 있고, 중국 수출물량이 실적이 반영되면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랙박스를 기존 사고 확인의 사후용에서 사고 예방용으로 끌어올린 점은 미동전자통신이 가져다 준 변화다. 미동전자통신은 이 같은 선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자동차 업계와의 협업도 진행 중에 있다.
파인디지털은 제자리걸음이다.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5% 줄어든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3.5%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54억원을 기록해 31% 늘었다.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비중이 각각 7대 3일 정도로 아직 내비게이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파인디지털의 부담이자 정체 요인으로 지목된다.
회사 측은 "상반기 저가형 내비게이션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보급형 제품군의 판매가 소폭 하락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블랙박스가 아직은 인지도 면에서 기대만큼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시장에 어필하지 못하는 점도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반기에는 신제품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