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석유공사 오피넷.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기름값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리터당 1600원대 후반에서 1700원대 초반에 판매가격이 형성되는 등 국제유가 약세의 영향으로 운전자들의 유류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전망도 하락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전문가들은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거래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하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1만2068개 주유소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 이하인 주유소는 6359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9월 첫째주 휘발유 가격이 전주 대비 7.8원 떨어진 리터당 1825.9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 주유소의 절반이 평균 판매가격 이하로 팔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싼 주유소는 대구 서구에 위치한 영신주유소(자영알뜰주유소)로 리터당 1698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어 충남 인삼랜드(하)주유소(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리터당 1699원, 경기 의정부 신화주유소(S-Oil)가 리터당 1700원의 순이었다.
서울 지역에서는 광진구에 위치한 용마주유소(자영알뜰주유소)가 리터당 1745원으로 가장 쌌다. 이어 성동구에 위치한 정호주유소(자영알뜰주유소·리터당 1748원), 강서구 개화동 개화동주유소(현대오일뱅크·1749원), 광진구 중곡동 태양주유소(무상표 셀프주유소·1749원), 광진구 능동 능동주유소(현대오일뱅크·1752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리터당 1900원대에서 1880원대로 내려온 뒤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리터당 1882.62원이던 평균가격이 2분기에는 1868.88원으로 0.72% 하락했다. 가격 내림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돼 7월과 8월에는 각각 1856.59원, 1842.01원을 기록하는 등 하향 안정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값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정유사들은 휘발유 가격을 정할 때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의 가격을 반영하는데,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수급 불균형의 여파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정제시설 증가로 공급량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수요가 정체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에서도 중동 정세 악화나 정기보수 등 국제유가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해외 수출길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국내외 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중고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유가와 밀접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96.77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배럴당 10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정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외 석유제품이 원료가격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와 반대로 소비자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하락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유가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 침체에 따른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가는 계속해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여파로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