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물질만 가지고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질이 없는 행복은 논할 수가 없죠. 비록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행복은 오지 않습니다."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 전한 말이다. 그는 행복한 삶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오 총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가 공동 주최한 '2014 은퇴전략포럼'에 참석해 '즐거운 은퇴, 행복의 시작'이 되는 길 세 가지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오 총장은 최근 한 신문에서 발췌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 5억원에서 7억원이라는 기사를 "철저히 틀린 말"이라고 비판하면서 "65세까지 벌어놓은 돈에 맞춰 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구의 은퇴와 한국의 은퇴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 뒤 서구인들은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보람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서구사회에서의 은퇴의 개념인 '리타이어먼트(retirement)'는 이제껏 열심히 일을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연금을 받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서구인들은 리타이어먼트가 행복하고 즐거운 은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에서의 은퇴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명예스럽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이라 즐겁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를 더 걱정한다"며 "은퇴 후 노후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가장 빠를 때이기 때문에 은퇴 설계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 세 가지로 ▲욕심 줄이기 ▲가진 것에 만족하기 ▲나눔을 실천하기를 들었다.
먼저 오 총장은 욕심을 줄이는 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채우는 것"이라는 그리스의 철학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 함께 주례를 할 때의 자신의 소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미 천 년 전 철학가가 한 말이다. 원하는 것을 채우는 것이 행복이라면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은 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라며 "내가 주례를 자주 보는데 주례를 할 때 성혼선언문을 읽은 순간부터 상대에게 바라는 것을 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어 "7개를 준 상대에게 10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테지만, 5개를 기대했다면 상대에게 더 큰 만족을 느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행복해지는 두 번째 방법으로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공개방송 강연을 하는데 70대 노부부가 바라는 것보다 가진 게 더 많다고 하더라. 사실 난 그 때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현실에 만족해 할 줄 아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그는 "사실 주위를 둘러봐도 내 나이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는 이 나이에도 일을 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위트있게 설명했다.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교하라'였다. 그는 "인간은 태생 자체가 비교하기 위해 태어났다"면서 "대신 위로만 바라보지 말고, 전후좌우를 둘러보며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오 총장은 또 "기부는 자신의 일부를 내주는 것이지만 나눔은 자신이 가진 것에 절반을 나눠주는 것"이라 말한 뒤 "나눔을 실천하는 세상을 살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의 유래를 설명한 오 총장은 "혹시 당신은 행복을 짓밟으면서 알량한 행운을 찾아본 적은 없는지 질문해보고 싶다"며 행운보다 행복을 좇길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가 공동 주최한 '2014 은퇴전략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