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저소득 중증장애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지원해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추진 중인 '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거주 비중이 높은 중증 장애인에 세대주 요건을 적용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19일 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장애인 전세주택 보증금 지원 실적은 17가구로 올해 목표치인 60가구의 28%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자료제공=서울시)
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은 월세 생활로 인해 기초생활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에게 안정된 주거지를 제공해 자립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제도로, 가구당 7500만원의 전세금을 6년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세대주가 장애 1~2급에 해당하는 등록장애인이면서 월세로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에게 가구당 7500만원(3인 이상 가구 8500만원)이하의 보증금이 지원되며, 장애인이 전세주택을 물색하면 자치구청장이 집주인과 계약 및 전세권을 설정하고 장애인을 입주시키는 전전세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특성상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세대주 요건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전셋값 상승에 비해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설 거주 장애인은 4291명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1~2급 장애인이 8만8780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5%에 달한다. 여기에 미인가 복지시설 거주 인원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울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11.36% 급등하는 동안 지원금은 단 500만원이 증액됐다. 지난달 기준 서울 전셋값은 2억5753만원, 이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주거 취약계층이 선호하는 다세대 연립주택마저 1억4285만원으로 조사됐다.
즉, 전세금을 지원받더라도 자기 부담금이 상당한데다, 전세금 범위 내 주택을 구하려면 반지하나 좁고 노후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집을 찾을 수밖에 없다. 휠체어 이용은 엄두조차 못 낼 지경인 셈이다.
이밖에 전세권 설정 거부에 따른 집주인의 임대 기피로 장애인이 전세주택을 물색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50가구가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33가구, 올해에는 17가구로 입주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서울에서 1억원 이하로 전셋집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신혼부부나 대학생 등도 전전세 방식으로 운영되는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어려워 하는데 주거 약자중에서도 더욱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장애등급과 월세 거주 요건에 상관없이 체험홈이나 자립생활가정 퇴소자에게 우선공급하는 물량을 3가구에서 5가구로 늘렸다"며 "기금사정상 지원금 인상이 올해는 어렵지만 추후 전셋값 변동률과 기금 사정을 고려해 점진적인 인상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대항력이 인정되는 법인에 속하지 않아 전세권 설정을 따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며 "저소득 대상 전세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도 대항력을 인정받는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