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온고지신)③한국도자기, 옛 도자기에 '보석'을 더하다

입력 : 2014-09-25 오후 12:26:28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교실을 연상시키는 일렬로 늘어선 책상, 그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손놀림. 충북 청주 흥덕구에 위치한 한국도자기 공장 2층의 전경이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표면에 과일·꽃문양 등의 전사지와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붙이거나, 붓으로 금칠을 하는 수작업 공정이 한창이다. 
 
새하얀 도자기의 테두리와 표면에 여성 직원들의 붓과 핀셋의 섬세한 움직임이 더해져 도자기는 제 얼굴을 찾아가고 있었다. 도자기의 정취가 비로소 빛을 내는 순간이다.
 
◇한국도자기 청주공장에서 여성근로자들이 전사지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00% 수공의 힘..'프라우나' 탄생
 
자동공정을 통해 도자기 형체가 만들어지는 작업과 달리 도자기의 시각 디자인은 100% 수공으로 완성된다.
 
과일·꽃문양 등 단순한 이미지부터 하나하나 수를 놓은 스와로브스키 보석 작업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한 여성근로자가 머그컵에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붙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수공의 힘으로 한국도자기는 지난 2008년 수출용 고급도자기 '프라우나'를 탄생시켰다. 'Profound(심오한)'와 라틴어 'Ona'(하나)'의 합성어인 프라우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프라우나의 소재는 본애쉬(소뼈 가루)가 50%가량 함유된 '본차이나'이며, 표면에는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붙는다. 머그잔 하나에 300여개, 접시에는 800여개의 보석이 붙는 수공예품이다.
 
◇한국도자기의 ‘프라우나’제품. (사진=뉴스토마토)
 
◇도자기, 168시간과 에너지 싸움의 결정체
 
비단 프라우나뿐만이 아니다. 모든 도자기는 에너지와 시간의 싸움을 통해 탄생한다.
 
도자기 형태를 갖추기 위해 1290도 초벌구이를 27시간 동안 견뎌야 한다. 중간중간 열을 식히고, 1100도의 재벌구이, 디자인 첨가, 다시 가마에 굽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린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단 도자기들이 다시 한번 가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수작업이 가미된 만큼 가격도 비싸다. 특히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인건비가 싼 해외공장이 아닌 국내 공장을 고집할 경우 원가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도자기는 도자기에 입히는 디자인도 도자기 제조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국내 손길을 고집한다. 회사 측 관계자는 "비용 문제를 떠나 70여년 제조한 기업 정신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품질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프라우나' 수출로 제2 전성기 찾을 것"
 
전통에 보석을 더해 '프라우나'란 브랜드를 만든 한국도자기는 수출로 제2의 전성기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해외 OEM 물량에 주력하던 과거 전력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한국도자기는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이를 극복키 위해 지금처럼 '프라우나' 브랜드로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라우나의 해외 판매 강화를 위해 슈퍼스트롱(일반 도자기보다 강도가 3배인 도자기) 공장의 운영도 중단했다. 현재는 본차이나 공장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장 전체를 고급화 도자기 생산부지로 만들어 지난 5월 불거졌던 중금속 파동에 대한 설욕도 씻겠다는 의도다. 
 
이범석 한국도자기 해외영업부 차장은 외국산 제품에 가려 외면받는 국내시장을 뒤로하고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식(食) 문화가 건재하는 한 국내보다 넓은 시장임은 분명하다. 그는 "7대 3의 비율인 내수와 수출을 3~5년 내에 5대 5로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본차이나 기술을 배웠고, 이 기술로 영국에 OEM 제품을 출시하며 수출로 토대를 다졌던 한국도자기. 이후 80년 중반부터는 내수로 눈을 돌렸지만 다시 수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돌고 돌아 찾은 길이 '수출'인 것이다. 
 
이범석 차장은 "10년 전부터 해외 OEM 물량이 끊기는 문제에도 브랜드를 내세우며 해외시장을 공략 중"이라며 "당장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지라도 제조업 기반으로 장사하는 기업이기에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다윗에 불과한 한국도자기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은 수출로 귀결된다. 또 수출에서의 경쟁력은 옛 도자기에 '보석'을 더하듯 한 땀 한 땀 수공이 담긴 제품일 것이다. 프리미엄은 그렇게 탄생했고, 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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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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