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대림대 교수)가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차량사고기록장치를 들어보이며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원나래기자)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이 장치는 특화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 급발진 유무 확인 기준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먼저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장치를 개발해 우리 손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다."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대림대 교수)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급발진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차량사고기록장치(EDR : Event Data Recorder)를 공개하고, 장치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35여년 동안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그동안 누적된 사건사고가 머지않아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와 산업계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급발진 발생 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확실한 책임소재 확인"이라며 "책임소재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이번 장치는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기본 기술과 응용력이 가미된 장치로 의지와 책임감만 가지면 제작 보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장치는 충돌사고 발생으로 에어백이 터졌을 때만 주행상황이 데이터로 저장되고, 저장시간이 짧은데다, 가속페달 개도량(밟는 정도), 차체 가속도 등 원인 규명과 관련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
반면, 이번에 연구회에서 개발한 장치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원인 규명에 사용할 수 있는 가속페달 개도량, 브레이크 동작 여부, 쓰로틀 밸브 열림 정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약 24~48시간의 주행상황을 저장할 수 있어 사고 이전의 전조현상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자동차 급발진 책임소재를 완벽하게 밝힐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 장치는 어느 때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항상 기록돼 예외 없는 사고 기록이 가능하며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고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며 "설치가 간단해 OBD-2 단자에 연결만 하면 블랙박스처럼 바로 설치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OBD-2 장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 이후에 출고된 차량과 신차에만 적용할 수 있다. 연구회는 1~2개월의 상용화 개발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에 시중에서 바로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가격은 약 5만원 정도다.
◇개발된 자동차 급발진 유무 확인장치.(사진=원나래기자)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2∼3개월의 연구기간만 거치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이 왜 이러한 장치를 개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김 교수는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며 "개발된 장치가 초점이 아니라 이 장치를 시작으로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규명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개발된 장치를 직접 보지 않아 기술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지만, 국내 업체 모두 현행 국내 EDR 관련 법규에 맞춰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최근에 나온 신차 모델은 국내 법규에도 없는 가속페달 적용 등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운전자가 원하면 현장 기록을 볼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