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질 않는 증권사 전자금융거래 사고

서버 과부하가 주요인..전산장애 불안감 지속

입력 : 2014-10-02 오후 4:11:39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A씨는 장 중에 매도할 계획으로 제3자로부터 B회사 주식을 매수키로 약정했다. A씨는 매도인의 증권사 계좌에서 본인의 증권사 계좌로 주식 계좌대체를 신청했지만 매도인 측 증권사의 주식계좌대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는 전산장애가 발생해 주식 거래를 하지 못했다. 뒤늦게 수작업으로 작업을 진행했지만 매도 시점은 주가가 상한가(1만9550원)에서 약 7000원 떨어진 1만2665원일 때였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에 접수된 증권분쟁 사례로 전산장애의 대표적인 피해 유형이다. 이같은 증권사의 전자금융시스템 오류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자구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과 관련된 금융분쟁조정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금융투자업 금융분쟁조정 접수는 총 1981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33.5%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 건수는 총 1만8394건으로 전년대비 무려 4061.5% 나 증가했다.
 
소비자보호처 관계자는 "동양증권 사태와 관련해 민원이 급증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해 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며 "피해접수 건수를 유형별로 산출하진 않았지만 온라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 피해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제기된 민원 통계에 서면·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된 건수를 포함하면 피해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서면·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된 전산장애 민원 건수는 47건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동일한 피해자가 반복해서 피해를 입어 민원을 제기하거나 현재 수사 중인 민원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질적인 피해는 더욱 클 전망이다.
 
전산장애 피해자 B씨는 "5년째 한 증권사만 이용하고 있는데 매년 전산장애가 생겨 투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처음엔 내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컴퓨터 자체를 바꿨지만 알고보니 해당 증권사의 전산 장애였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에 매년 피해 접수를 하면 원격조정으로 거래를 해주지만 수시로 변하는 주가에 대응하기는 늦을 뿐더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으니 믿고 써보라고 했지만 화면만 예쁘게 꾸민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개선된 점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서버 과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많은 주문이 동시에 걸리다 보니 시스템에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증권사도 온라인 거래 트렌드에 맞춰 점차 서버를 늘리고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가장 많은 전산 장애 민원이 제기됐던 키움증권(039490)(29건)과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 29건) 등의 올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건수는 각각 2건, 0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온라인 거래가 주를 이뤄 사용자가 많은 만큼 전산장애도 많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9월 전산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서버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전산장애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민원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서면·홈페이지에 접수된 미래에셋증권(037620)대신증권(003540)의 전산장애 민원은 지난 2012년 각각 10건, 1건에서 지난해 11건, 12건 늘었고 올 상반기에 벌써 각각 9건과 12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민원발생평가등급 역시 악화되고 있다. 금감원은 매년 금융회사별 민원발생건수, 처리결과, 회사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1등급 우수~5등급 불량)을 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2년 2등급에서 지난해 3등급으로 떨어졌고 대신증권은 같은 기간 동안 4등급을 연속으로 받았다.  
 
그러나 등급이 저조한 증권사에 대한 당국의 별도 제재는 없는 상태다.
 
금융소비자보호처 관계자는 "등급이 저조한 증권사에 대한 법적인 조치 의무는 없기 때문에 별도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없다"며 "대신 기존에 홈페이지에만 나오던 민원발생평가등급을 각 영업점에도 비치하게 해 투자자들에게 노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 전산장애 피해자는 "온라인 거래로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영업점에 조치한 게 도움이 되겠냐"며 "계속 사용하던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몸에 익어서 그냥 쓰고 있고 다른 증권사로 옯겨 거래한다고 해도 별로 나아질 걸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지만 거래할 때마다 전산장애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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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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