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은행(BOJ)이 예상대로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기로 했다.
7일 BOJ는 이틀 간 진행된 통화정책회의에서 본원 통화 공급을 연간 60조~70조엔 확대하는 종전의 통화정책 방침을 그대로 유지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다.
이날 결정은 BOJ가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앞서 일본의 3분기 대형 제조업체 경기실사지수(단칸지수)는 13으로 직전 분기의 12와 예상치 10을 모두 웃돌았다.
특히, 최근 엔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제조업체들의 실적 및 경기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선을 넘어서기도(엔화 가치 하락) 했다.
엔저 효과에 대한 BOJ 정책위원들의 의견도 긍정적이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지금까지 엔저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경제 전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엔저는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의 수익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수출과 설비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BOJ는 추가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가 BOJ를 구제해줬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날 산업생산에 대한 평가는 "소비세 인상으로 약화되고 있다"로 하향 조정됐다.
앞서 일본 경제는 올해 4월에도 소비세가 종전의 5%에서 8%로 높아진 탓에 침체 국면을 면치 못했다. 일본의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율 환산으로 마이너스(-) 7.1%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일본 경제는 1차에 이어 현행 8%에서 10%로의 '2차 소비세 인상'이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달 31일로 예정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BOJ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다.
크리스 테더 포렉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제 전망은 엔저 기조에도 불구하고 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만큼 충분히 밝지 않다"며 "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가 공개되는 오는 31일 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책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오후 중에 기자회견을 갖고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