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파는 이케아, 근무도 '불편'

입력 : 2014-10-08 오후 6:02:36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8일 오전 11시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이케아의 채용설명회에는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구직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 시작부터 700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몰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던 첫 번째 설명회와 달리 이날 설명회를 위해 준비해 놓은 의자는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8일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이케아 채용설명회가 열렸다.(사진=뉴스토마토)
 
이처럼 구직자의 발길이 줄어든 데는 이번 설명회가 담당자와의 개인별 질의응답 위주로 이뤄져 마감시간 이전까지만 참석해도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최근 채용 과정에서 정규직 지원자에게 계약직을 권유하는 등 이케아의 횡포로 인해 구직자들이 등을 돌린 탓도 크다.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 버리려는 듯 이케아는 이날 시간제 정규직사원과 단기사원 모집을 위한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열어 경력단절 여성, 퇴직자, 취업준비생 등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규직이라는 희망 이면에 불편함이 숨어있어 구직자들의 실망이 컸다.
 
고객에게 운반에서 조립까지 하게 만드는 불편함으로 전 세계를 장악해온 이케아라고 하지만 근무환경의 불편함까지 한국시장에서 통할 지는 미지수다.
 
구직자들이 수십명 모인 자리에서 한 이케아 관계자는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문화 등에 있어 불편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며 근무에 있어서의 불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선 근무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주 40시간 정규직의 경우 시설팀 한 곳에서만 채용하고, 판매, 고객지원, 물류, 리커버리, 푸드 등 나머지 팀은 시간제 정규직이나 단기계약직을 모집한다.
 
시간제 정규직을 주당 근무시간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등 5가지 탄력적인 근무 시간 선택이 가능한 정규직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요일은 보장하지 않는다. 가령 새벽 근무가 포함돼있는 물류팀의 경우 원하지 않더라도 업무스케줄 상 새벽 4시 출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케아 관계자는 "본인의 의사를 사전에 묻지만 업무 상황에 따라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른 근무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할 때는 그 시간을 채워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주말, 야간, 새벽 근무시간에도 시급 9200원(주휴수당 포함)이 동일하게 적용돼 새벽, 야간, 휴일 근무에 대한 수당은 추가로 지급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이케아는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다. 시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야간이든 새벽이든 시급은 동일하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케아 채용설명회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이케아가 추구하는 수평적 계급 구조와 평등의 기업문화도 국내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개인주의와 맞닿아 있는 이케아의 평등 문화가 예절, 예의, 배려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케아는 가구 판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제품의 무게가 상당한데, 이때 직원들은 서로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힘이 약한 여성이나 노인도 예외는 없다. 대신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는 기계를 비치해 업무를 개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여성이 무거운 짐을 옮기려고 하면 옆에 남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이케아에서는 혼자 스스로 한다. 또 할 수 있게 기계를 갖다 놓는다"며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평적 기업문화는 직원간 호칭에도 적용돼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든 호칭을 '~씨'로 통일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직급의 차이 없이 다양한 연령의 직원을 한꺼번에 뽑는 이케아의 경우 수평적 호칭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이케아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뤼디거 융블루트는 <이케아, 불편을 팔다>라는 책에서 "이케아에서 모든 직원들은 서로 반말을 하고, 성이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 반말을 하는 규칙에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고 기술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50대 여성은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고 분위기도 가족 같다고 해서 지원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직접 많은 설명을 들어보니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말하는 자유로움이 우리한테는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채용된 직원은 다음달 초부터 첫 출근할 예정이며, 매장 오픈일은 12월 초로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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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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