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쏘나타가 심상치 않다. 30년 넘게 국민차로 사랑받으며 오늘날의 현대차를 있게 한 볼륨 모델의 위상은 더 이상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 4월 새단장한 LF쏘나타가 야심차게 출격했지만 신차효과는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했다. 그나마 영업용으로 버틸 지경이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구형(YF)과 신형(LF) 쏘나타의 판매량(7만771대) 중 53%(3만7491대)가 LPG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LPG 차량은 택시나 렌터카 등 영업용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도 LPG 차량을 살 수 있으나 실제 판매량은 극히 미미하다.
구형을 뺀 새 모델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쏘나타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LF쏘나타는 올해 8월까지 판매량이 총 4만1115대에 불과했다. 이는 전작 YF가 출시 후 같은 기간 총 7만5183대 팔렸던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조차 예상치 못한 극도의 부진이다.
◇YF와 LF의 출시 후 5개월간 판매량 추이.(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8월까지 집계된 LF쏘나타의 LPG 모델 판매비율도 전체 대비 40%인 1만6526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를 키웠다. 9월부터 LPG 모델로 출시되는 택시용 차량 판매가 본격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LPG 판매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차의 영업망은 '쏘나타 택시'를 낳는 결정적 요소다.
전작 YF의 경우 같은 기간 팔린 LPG 모델이 2만1312대로 집계돼 전체 대비 28%에 불과했다. 전작과 비교해 전체 판매량은 절반 수준인데, 영업용 차량 판매 비율은 훨씬 높다. 이 같은 결과는 실제 일반 소비자들의 신형 쏘나타 구매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YF와 LF의 5개월간 LPG 모델 판매 비율.(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신형 쏘나타의 이 같은 부진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쏘나타는 신형 모델로 풀체인지 될 때마다 이전까지의 판매 기록을 매번 갈아치우는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베스트·스테디 셀링카로 자리잡아 왔다.
업계 관계자는 "LF쏘나타의 부진은 현대차 경영진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라며 "현대차가 위험을 무릅스고 택시용 모델을 이전보다 이른 시점에 투입해 전체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쏘나타의 국내시장 판매 부진의 주된 이유로 수입차 시장 확대와 부족한 파워트레인 등 엔진 기술력을 꼽았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쏘나타 판매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이 전작 출시 때처럼 완전히 개선된 것이 아니라 조금 개량된 것에 불과했다는 점도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디자인과 연비는 물론 전체적인 중형 가솔린세단 시장의 위축 역시 판매량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자인이 YF에 비해 많이 변하지 않았고, 연비 개선 폭도 리터당 0.2km에 불과했다"면서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이 SUV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쏘나타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중형세단 시장의 전체적인 위축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절대값 수치로 본다면 쏘나타의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쏘나타의 2010년 중형세단 시장 점유율은 48%, 2014년 중형세단 시장 점유율은 53%로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전체적인 세단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신형 쏘나타 출시행사 때 올 연말까지 총 6만3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출시 6개월 차를 넘긴 지난 9월 말까지의 판매량은 총 4만7976대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택시용 모델이 투입되면서 일단 올해 목표했던 판매 대수는 가까스로 넘길 수 있을 전망이지만, 쏘나타의 위력이 크게 반감된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시장에서 택시로 쏘나타가 대규모 풀릴 경우 일반 소비자들은 낮은 희소성 탓에 오히려 더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이래저래 현대차가 예상치 못한 쏘나타의 배신에 힘겨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