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소재 KB금융지주 본사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경선에 매진하기 위해 행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르면 내일쯤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차기 KB금융 회장 구도가 외부출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하 행장은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현재 1차 후보군에 포함된 후보 7명에 대한 평판 조회를 진행하고 있다. 회추위는 오는 16일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다.
현재 7명의 후보는 (가나다 순으로)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등이다.
차기 회장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외부출신이 뒷심을 발휘하는 양상이다. 국민은행 행원 출신인 김옥찬 전 국민은행장 대행이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이미 내·외부 출신 구도가 모호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금융인들의 박근혜 후보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박근혜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낙하산 논란이 일 수 있지만 금융인으로서의 이 전 부회장 이력이 깨끗하고 KB금융에 몸을 담은 적이 없는 순수 외부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 KB 회장 인선 참여에 모호한 입장이었던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행장직을 사임하면서까지 경선에 뛰어든 만큼 '이동걸 유력'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하 행장은 이르면 내일쯤 사내 메시지 등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행장직 사의는 본사와 상의가 필요한 문제라 오늘은 아니고 내일쯤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14년째 씨티은행장을 맡아왔다. 대관업무 등을 중점적으로 맡아온 만큼 정관계와 친분이 두텁고, 이번 KB회장 경선도 '해볼 만한 싸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72학번인 하 행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77학번), 정찬우 부위원장(82학번) 등과 선후배 사이다. 씨티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냈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인연도 회자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하 행장은 여러 금융사 회장직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다"며 이번에 행장직을 그만두면서까지 뛰어든 것을 보면 어느정도 분위기를 파악,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씨티은행의 경영실적이 부진했고 올해 초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던 점은 하 행장의 KB 회장 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출신이 대두되자 KB금융의 차기 회장 경선이 혼탁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이나 정권의 인맥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의 중도 포기나 참여를 살펴보면 내정설이 무게감을 얻고 있다"며 "내부와 외부출신간 경쟁구도가 흐트리진 만큼 외풍의 영향이 핵심 변수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