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60년래 최악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도록 부추겨온 투기세력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청사진에 합의했다. 아울러 비상사태시 지원용으로 1조1000억달러를 투입, 경기 하강의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다.
런던에서 만난 G20 정상들은 헤지펀드, 경영진의 급료 및 보너스, 신용평가사와 은행들의 위험도 등에 대해 엄격히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또 IMF의 위기 대응 능력을 3배가량 높이는 한편 실업률 급등에서 비롯되는 동요로 고통받는 정부를 돕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G20 성명서는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개별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남에 따라 기존 자본주의의 규칙을 다시 작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미국의 증권거래 규제를 '리바이벌' 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후 "런던 정상회담은 역사적"이라고 평했다. 브라운 총리는 "우리는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조직적인 협력
G20 지도자들이 여전히 국경을 뛰어 넘는 규제 협의체에 자국의 시장과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각국이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의 만남에서 처음으로 윤곽이 드러난 새로운 규제책을 현실화해 "보다 단단하고 조직적인 협력"에 나설 공산은 커졌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엄격한 단속과 관련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며 "이는 세계가 한 목소리로 규제완화가 잘못됐음을 시인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했다.
G20은 신용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 '규제 실패'를 비난하며 각국의 규제당국이 국제 시스템에 대한 위협을 보다 잘 감시하도록 규제 내용을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설립될 FSB는 규제당국의 연합체로서 역할을 담당할 것이고 IMF가 위협 가능성에 대해 조기에 경고함으로써 이들을 지지할 예정이다. FSB는 일단 회복이 진행되면 과도한 레버리지를 피하고 은행들이 좋은 시기에 더 많은 돈을 별도로 떼어놓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헤지펀드는 모든 주요한 금융기관들과 시장, 그리고 기관들을 통해 감시될 것이라고 G20는 강조했다. 이는 모든 투자펀드들을 감시하에 두길 원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시장을 뒤흔드는 희생을 만들어 낸 1조4000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사업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런던 소재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어소시에이션의 앤드루 베이커 CEO는 인터뷰를 통해 "비록 우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곳이 은행들처럼 규제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긴 하지만 광대한 범위의 대다수 헤지 펀드들은 이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규제 원칙 중에는 급료와 보너스가 "지속될 수 있는 보상 계획"이 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적인 이윤 창출 대신 리스크를 감수해 단기적인 성과에 몰두, 보수 챙기기에 급급한 데 대한 비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계 기준 평가 방법을 개선시키고 신용평가사들에 좋은 선례를 보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