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 사실부인..알맹이 없이 겉돈 금융위 국감

정무위 국정감사..임영록·이건호·김승유 등 증인 대거 출석

입력 : 2014-10-15 오후 5:51:09
[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금융위원회에 대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알맹이 없이 겉돌기만 했다.
 
KB금융(105560)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제재 처리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질문과 답이 겉돌았고,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과 관련해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두시간여 동안 IT·카드 통합만을 강조하다가 개인일정을 이유로 국감장을 떠났다.
 
◇KB사태 진위규명은 산으로..신제윤 "징계번복 없었다(?)"
 
15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당초 출석이 불투명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현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회장이 출석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KB금융사태의 핵심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맨앞이 신제윤 금융위원장, 왼쪽 뒤편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토마토)
 
먼저 정무위 여야 의원들은 KB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가 수개월간 지연됐고, 여러차례 번복됐다며 제재 실기를 지적했다.
 
KB사태는 지난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은행장과 감사가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지주와 은행간의 내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2개월 이상 제재심의위원회를 가졌고, 이후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지주 회장과 행장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금융위는 임 전 회장에 대한 징계를 한 단계 더 상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은 "금감원 심의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외부 위촉"이라며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각각 모피아(옛 재경부 출신)와 연피아(연구원 출신)로 분류되는데 외부 위원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되겠나"고 따져물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최수현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번복, 한단계 올린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위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의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제재가 바뀌었다는 표현에 대해 부정하면서 "금융위원회 위원들의 전원 의결로서 제재심위의 결정보다 강한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을 뒤흔든 KB사태의 진위가 국감장에서 밝혀졌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임 전 회장은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예전의 진실 규명 의지를 모두 상실한 입장이었고 이 전 행장은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KB사태는 지주 회장과 행장이 모피아와 연피아 라인 간의 대리전을 편 것이다"며 "청와대 경제수석 인사가 없었다면 금융당국 징계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외풍 의혹을 제기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징계를 상향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금융지주사 회장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원회의 유일한 권한"이라며 징계 상향 자체를 부인했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KB사태와 관련해 최수현 금감원장의 해임을 검토한 적이 있느냐"란 묻자 신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금감원장의 해임 사항의 귀책사유로는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승유 전 회장은 동문서답.."IT·신용카드 통합도 안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과 관련해 2012년 하나금융-외환은행 노조간의 합의 당사자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온 김승유 전 회장은 통합 당시에 작성한 계약서 내용을 놓고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정무위 의원들은 두 은행의 조기통합은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노사정 합의서를 위반한 것 아니냐고 여러차례 물었지만,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도 'IT·신용카드 통합'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17일 합의서를 발표하면서 기자회견까지 자청을 해서 사진까지 찍었다"며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은 합의서를 잘 지키겠다는 의지로 서명했나, 급한 불부터 끄자는 마음이었나"고 재차 물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합의서 전체에 대해 양 당사자가 지켜야한다"며 "IT나 신용카드를 통합하자는 얘기가 있는데도 지금까지 안됐다"고 말했다.
 
◇금융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현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이 여야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은 "합의서 작성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대동했다는 것은 단순 입회인이냐 합의 당사자냐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당국의 입장은 어떠냐"고 물었고 민병두 의원은 "노사정 합의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두 은행의 통합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17합의는 노사정 합의보다 노사 합의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명한 것에 대해서는 "대외적인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해 입회인으로서 참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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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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