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우리나라의 고리 원전1호기 수명연장 문제가 맞물리면서 노후원전 해체·폐쇄(폐로)가 국가적 관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노후원전의 경제성과 안정성 문제를 놓고 여·야도 입장이 엇갈렸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자력공기업이 국감 대상에 올랐다. 이날 국감은 부쩍 높아진 원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경제성을 따진 원전 운영'과 '안정성을 고려한 폐로 준비'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측 의원들은 수명을 연장해 운영 중인 고리 원전1호기와 올해 말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월성 원전1호기 등 노후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문표 의원은 "수명 종료 후 10년을 연장해 가동 중인 고리 1호기를 또 재가동하면 안 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노후원전 재가동을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 역시 "정부는 원전의 안정성을 주장하지만 올해 들어 원전 가동정지가 7번이나 되고 오늘 새벽에는 한빛 원전 3호기 발전을 정지했다"며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데 수명이 다 된 고리 1호기를 연장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순옥 의원도 "한수원은 노후원전의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지만 이는 다 형식적인 것 아니냐"며 "도대체 한수원이 말이 아닌 실제로 준비하는 게 무엇이냐"고 따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자로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으며, 이후 10년 재가동을 승인받고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또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에 수명이 끝났고 올해 말 재가동 여부가 결정된다.
새누리당은 원전의 경제성과 전력공백 우려를 근거로 노후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완 의원은 "폐로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원전이 다른 연로에 비해 값이 싸고 경제성이 있으며 에너지 안보에도 이익이 있으므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국은 올해 3월 기준으로 100기의 가동 원전 중 72기에 60년 계속운전을 승인했고, 세계적으로 원전의 3분의 1가량이 수명을 연장했을 만큼 노후원전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석 한수원 사장은 "월성 원전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문제는 아직 검토 중인 사항이고 한수원이야말로 노후원전의 안전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원전이 현재 가장 경제적인 연료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폐로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입장을 같이 했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는 2050년 세계 폐로산업의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우리나라의 원전 폐로기술은 일본 등 원전 선진국에 비해 60% 수준인데 이를 더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하진 의원도 "국내 23기의 원전 중 2030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10기나 되는데 한수원의 폐로사업 전담조직은 30여명에 불과하다"며 "한수원은 원전 증설에만 치중하고 폐로 준비는 조직과 예산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준비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 역시 폐로 때 7600억원이 경제효과가 생긴다는 한수원의 용역 보고서를 인용해 "폐로가 지역사회 미치는 경제효과가 크고 장기적으로 폐로 경험이 필요한 만큼 고리 1호의 연장보다는 폐로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의 폐로사업 전담조직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구체적으로 폐로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며 말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전경(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