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삼화페인트가 각각 2651억원, 234억원으로 노루페인트의 매출액(2354억원)과 영업이익(156억원을) 모두 앞섰다. 단순 실적 지표 상으로는 삼화페인트가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노루페인트가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2006년 이후 노루페인트는 제조부문과 지주회사 부문으로 인적 분할해 제조·판매에 관한 사업은 노루페인트로 이관하고 노루홀딩스가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1일 "일각에서는 단순 실적 차이로 삼화페인트를 2위로 꼽지만, 노루페인트는 지주사 체제를 통해 아이템 별로 분사돼 있고, 전 계열사를 합치면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욱이 건축용과 공업용에 편중돼 있는 삼화페인트와 달리 노루그룹은 노루페인트의 건축용, 자동차보수용, 공업용 페인트에 자동차용, 선박용을 중심으로 하는 계열사도 있어 종합페인트메이커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페인트는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면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동차나 선박용 페인트를 통해 손실을 커버할 수 있어 업계는 종합페인트메이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루페인트의 경우 삼화페인트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영업이익률 면에서 지난 2011년 이후 1~3%포인트 뒤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인 노루홀딩스에 지급하는 로열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2위권 싸움에 대해 업계는 새로운 고부가 가치로 자리 잡은 IT용 페인트와 업계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로 꼽는 B2C 시장에서의 선점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화페인트가 스마트폰용 페인트 등 IT 페인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으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B2C 시장 역시 페인트에 부정적 인식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며 "70년간 이어져 온 경쟁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