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모뉴엘, 대체 왜?

매출 과대계상?단순 매출 회수 이상?.. 의혹'증폭'

입력 : 2014-10-22 오후 4:25:19
[뉴스토마토 임애신·이종용·이보라기자] 벤처 신화 모뉴엘이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대기업 문턱에 이르렀던 모뉴엘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변변한 회사채 발행도 없어 재무구조는 최고등급의 안전성을 자랑했다. 국내보다 유럽 등 해외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향후 전망성도 밝았다.
 
알짜배기 기업으로 꼽히던 모뉴엘이 하루 아침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장은 당장 충격에 빠졌다. 동시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매출이 높은 점을 이용, 장부상 매출(수치)을 과대계상했다는 분석과 단순히 해외매출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권 및 협력업체로의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모뉴엘, 한순간에 '법정관리'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모뉴엘의 자회사 잘만테크 본사. 이곳에는 모뉴엘의 영업 및 마케팅부서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모뉴엘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한 달 안에 내리게 된다.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개시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모뉴엘은 그대로 파산하게 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의 여신규모는 5000억원 가량이다.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했다. 기업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채권규모가 1500억원 정도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채권은 총 760억원 가량인데 이중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보증대출이 550억원, 부동산 담보대출이 15억원, 신용대출이 190억원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여신에 물려있는 은행들은 담보 청산가치만큼 회수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담보 없이 신용을 해준 부분들도 있어서 100 퍼센트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라는 토로가 전해졌다. 그만큼 모뉴엘의 재무구조는 우량하기로 금융업계에 정평이 나 있었다.
 
◇잘나가던 회사가..대체 왜?
 
모뉴엘은 지난해 1조27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103억원, 당기순이익은 601억원을 기록했다. 당당히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종합가전회사로서의 도약을 꿈꿨다. 2012년에는 9325억원, 2011년에는 499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해마다 외형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모뉴엘의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사진=모뉴엘)
외형은 커지고 있었지만 모뉴엘 내부로는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었다. 돈이 돌지 않았던 것. 모뉴엘의 201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뉴엘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억원을 기록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외 매출이 전체의 80%에 달했던 모뉴엘의 선적서류에 문제가 있었거나 해외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다 면밀히는, 해외 납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기보다 선적서류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상적인 경로로 들어올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면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해외매출을 과대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몸집을 늘려온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모뉴엘의 지분 95% 가까이 소유하고 있는 박홍석 대표 및 수뇌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불법이다.
 
내부 분열 조짐도 있었다. 회사의 공동창업자로 알려진 원덕연 모뉴엘 부사장은 2004년 모뉴엘의 모태가 되는 법인의 지분을 박 대표에게 넘긴 후 외부에서 고문역할을 하다가 올해 1월에 정식으로 모뉴엘에 입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조직개편과 동시에 국내외 총괄의 전권을 내놓게 되면서 박홍석 대표와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퇴사했다.
 
◇모뉴엘은 어떤 회사?
 
지난 2004년 설립된 종합가전 회사인 모뉴엘은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기조연설에서 "엔터테인먼트용 PC를 만드는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말해 대내외의 주목을 단숨에 받았다.
 
모뉴엘은 매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 참가, 2008년 이래 CES혁신상 6회 및 총 21개의 수상작을 내는 등 혁신적인 기술 및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호평 받았다.
 
최근에는 배우 소지섭을 모델로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을 내놓으면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LG전자에 이어 로봇청소기 시장 2위로 성큼 자리 잡았다. 다만 홈쇼핑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린 탓에 수익성은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모뉴엘은 수출을 통한 매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벤처업계 및 중소기업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0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09년 매출 1000억이 넘는 벤처기업'(천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모뉴엘의 법정관리로 부품 및 조립을 담당하는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피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의 주가 또한 이날 하한가로 곤두박칠치면서 투자자의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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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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