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차기 이사장 선임 문제가 보건복지부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다음달 14일자로 3년 임기를 마치는 김종대 현 이사장의 후임을 놓고 청와대 내정설이 나오면서부터다. 야당과 보건노조 등은 건보공단 이사장에 청와대 낙하산이 들어가면 정부의 의료민영화에 고삐가 풀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해 50조원을 움직이는 건보공단 이사장직을 놓고 여·야의 파워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17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이사장직에 지원한 후보 중 성상철 전 대한병원협회장과 최성재 전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 박병태 전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 등 3명을 최종 후보자로 복지부에 추천했다. 복지부가 이 중 복수를 청와대에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사장을 임명한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성상철 후보자는 U-헬스케어 산업육성과 의료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데다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이사를 지낸 전력이 있고 최성재 후보자는 박근혜정부에서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등 청와대와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박 후보자는 청와대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정부가 성 후보자와 최 후보자 중 한사람을 내정한 가운데 구색 맞추기로 집어넣었다는 의혹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건보공단 이사장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만이 아니다. MB정부에서 임명된 김종대 현 이사장도 복지부 공무원 출신에다 뉴라이트 활동 전력이 있었고, 역대 건보공단 이사장의 면면을 봐도 정부와 긴밀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지난 2000년 건보공단이 출범한 후 초대 이사장을 지낸 박태영 전 이사장은 국회의원 출신에다 국민의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후임인 이성재 전 이사장 역시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이었다. 이 전 이사장의 후임이자 김종대 이사장 바로 전임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을 거치며 3선 의원을 지낸 정형근 전 의원이었다.
이처럼 청와대가 건보공단 이사장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안달 난 이유는 공단이 한해 50조원의 예산을 움직이고 임직원만 1만2600여명을 거느린 초대형 알짜배기 조직이어서다. 서울시 마포구의 허름한 건물을 쓰는 건보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금 등으로 거둔 수입은 무려 55조원이고 예금이자 등 기타수익도 1조8400억원에 이른다.
◇2014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예산 내역(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은 또 건강보험료 징수·관리와 일산병원 운영, 국민건강보험법 수행 등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공공성 유지에 관여하는 한편 장기요양 사업도 주관한다. 또 최근에는 건강보험료 빅데이터를 구축해 담배소송을 제기하고 담뱃값 인상까지 주도했다.
이러다보니 의료민영화를 경제살리기의 핵심으로 삼은 박근혜정부로서는 건보공단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대어인 셈. 야당과 보건의료노조 역시 건보공단의 낙하산 관행을 저지해야만 관피아가 척결되고 의료민영화를 막을 수 있다고 버티는 양상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사장 인선을 청와대가 결정하고 새 이사장이 오실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정치권과 노조 등에서 논란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보건의료산업과 정부의 복지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김종대 이사장의 임기 만료 두달 전부터 후임 이사장 공모를 시작하는 등 차기 이사장 인선을 서두르고,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최성재 후보자와 성상철 후보자의 전력은 의료공공성과 공단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 야당과 보건의료노조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 병원의 이익을 대변했던 인사가 오는 것은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 회장이 노총 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도 "의료공공성은 국민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별적 복지를 주도한 최성재 후보자와 원격의료를 주장한 성상철 후보자를 건보공단에 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