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차기 사무총장에 중국 출신 자오허우린 현 ITU 사무차장이 당선됐다.
중국 출신이 ITU 사무총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며, 중국인이 조직 최고위에 올라섬에 따라 미·서구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ITU의 통신정책 결정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ITU는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전권회의 본회의를 열고, 단독 입후보한 자오허우린 사무차장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자오 후보는 총 투표 수 156표 가운데 152표를 얻어 97.4%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자오허우린 ITU 사무총장 당선자(사진 중앙)가 각 국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류석 기자)
ITU 사무총장은 ITU 운영 방향과 조직 내 모든 의사결정의 최종 승인권자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향후 자오 사무총장 당선자는 내년 1월부터 4년간 정보통신기술(ITU) 분야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ITU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4년 후 연임도 가능하다.
자오 당선자는 1986년 ITU 초급 엔지니어 및 자문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는 7년간 전기통신 분야 국제표준화 작업을 총괄하는 표준화총국장을 맡아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표준화 작업에 관여했다.
이후 20년만인 2006년 11월 사무차장에 당선됐으며, 2010년에는 재선에 성공해 8년간 차장직을 수행할 만큼 ITU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 양 대국간의 ICT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ICT 헤게모니 싸움이 미국과 중국, 유럽의 3자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ICT 분야 산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필두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입지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으며,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이번 전권회의에서 ITU 사무총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ITU사무총장 자리를 꿰차게 될 것으로 미리 예측하고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거버넌스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기존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아이칸(ICANN) 체제를 확대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인터넷의 상업적 활용을 견제하기 위해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을 유엔(UN) 산하 기구인 ITU로 이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사무차장 선거도 함께 치뤄졌지만 영국, 폴란드, 나이지리아 3개국의 경합이 벌어지면서 2차 투표에서 승부를 가르게 됐다. 과반수 득표를 해야 당선되는 ITU의 규정 때문이다.
또 오는 24일에는 우리나라 이재섭 KAIST 박사가 출마한 표준화총국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