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IT벤처업계에서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비판과 질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형 유튜브 만들기’, 한국형 앱마켓 만들기‘ 등 지난 몇 년간 나온 지원책을 돌이켜보면 현실성 없고 작위적인 데다가 심지어 생태계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크레이지파티’가 동조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크레이지파티의 민간위원이자 온라인 소통창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훈 한국미디어교육학회 이사(사진)는 페이스북 공식페이지를 통해 “시장과 기업의 자율성을 지켜주고 가능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부, 공무원 집단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크레이지파티란 새누리당이 만든 이른바 ’모바일 정당’으로서 온라인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특별위원회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2명에 대한 공천권을 갖고 있으며 게임중독법 반대, 18세 선거권 부여 등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늘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가 강하게 ‘창조경제’ 정책을 지원하는 가운데 여당 주도로 설립된 특별위원회가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뉴스토마토>는 24일 이승훈 이사와 인터뷰를 갖고 벤처지원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승훈 이사는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사에서 온라인사업을 담당했으며 판도라TV를 비롯한 벤처기업에서도 일한 바 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 컨설팅 사업을 운영 중인데 그간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6월 크레이지파티 민간위원으로 선정됐다.
-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포스팅은 여당 주도로 설립된 특별위원회답지 않게 다소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의 행정편의적이고 ‘보여주기’식 업무처리를 많이 경험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데 화가 났다. 한두번도 아니고 광범위하게 반복되더라.
- 요새 IT벤처업계가 매우 뜨겁다.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시절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많았고 거품이 존재했다. 이후 잠시 소강기를 거쳐서 다시 찾아온 열풍이다. 시행착오를 한번 겪은 뒤라서 그런지 시장 규모, 투자 및 비즈니스 인프라 측면에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모바일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힘입어 많은 벤처스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냅챗’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운영기업은 인력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인수 협상가격이 10조원을 호가한다. ICT(정보통신기술)이 전산업을 관통할 것이라는 전망을 놓고 봤을 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IT벤처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 카카오 사무실. 카카오는 모바일 열풍을 타 다음과 합병, 현재 8조원 기업이 됐다. (사진=뉴스토마토)
- 정부 또한 창조경제정책을 통해 부양에 한창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크레이지파티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과 기업규제 혁파 및 벤처산업 진흥정책 자체는 대찬성이다. ITC산업은 저성장시대 대안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이를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관치경제는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 일각에서는 작위적인 지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한국형 유튜브, 앱마켓을 만든다든지 모바일광고시장을 수조원 규모로 키운다든지 이런 정책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정부 주도로 이뤄지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원래 정부의 지원은 작위적일 수 밖에 없다. 창조경제 정책으로 벤처기업이 성공한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다. 민간에서 벤처캐피탈 등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노력해서 이룬 성과들만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창조는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려 하지 말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형 앱마켓 'K앱스' (사진=K앱스)
-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었으면 좋겠다.
▲벤처기업이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풍토와 여건을 말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벤처기업과 거래를 할 때 하도급으로 인식하고 싼값에 부리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정당하게 투자나 인수를 하기보다는 베끼거나 ‘후려치기’를 통해 강탈하려고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
대표이사 연대보증 문제도 심각하다. 벤처는 고위험이라 실패가 잦다. 하지만 실패자에 대한 패자부활시스템이 없다면 그 누구도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업실패를 한번 해봤는데 미혼이라 망정이지, 만약 가정이 있었다면 풍비박산 났을 것이다.
이밖에 규제철폐, 저작권 질서개선, 기업가정신 고양을 위한 초중등 정규교육과정 반영 등도 시급한 문제다.
- 정부 지원으로 벤처투자열풍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다.
▲이 또한 외부간섭 없이 가능한 민간 벤처캐피탈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 정부 입장에서는 나름 열심히 하려는데 억울할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ICT산업 밀어주는 국가도 흔치 않다.
▲다시 말해 벤처지원책은 대찬성이다. 다만 국가주의적 관치경제의 관습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 통제형 정책이 나쁘진 하지만 브로드밴드 보급 사례처럼 최선의 선택일 때도 있다.
▲앞서 말한 시스템 개선에 대한 통제는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통제라면 좋다. 하지만 시장개입은 대부분 비효율적이다. 리스크 감수성 측면에서 기업과 공무원은 차원이 다르다. 당연히 목숨 걸고 활동하는 기업 주도로 산업이 만들어지는 게 옳다.
◇ SW업계 개발자 (사진=뉴스토마토DB)
- 크레이지파티는 앞으로도 IT업계 이슈에 관심을 가질 예정인가?
▲당연하다. 크레이지파티는 모바일정당을 지향한다. IT기술과 디지털문화정책의 발전은 크레이지파티가 힘을 발휘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또 크레이지파티는 2040 청년층의 정치적 참여를 꾀하고 있다. 생활 속의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과 모바일을 중시하기 때문에 IT업계의 진흥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중독법 반대, 18세 선거권 도입 등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좀 더 미래를 보고 정책을 수립했으면 좋겠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5년, 그리고 10년을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성과중심으로 일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