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 "어릴적 꿈을 향해 떠난다"..미국 진출 공식 선언

입력 : 2014-10-29 오후 7:29:31
◇김광현.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SK 에이스 김광현(26)이 "돈이 아닌 꿈을 쫓겠다"며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공식화했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는 29일 오후 서울 스탠포드호텔(마포구 상암동)에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광현과 임원일 SK 대표이사, 민경삼 SK 단장이 참석했다.
 
임원일 대표는 "김광현은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을 했다"면서 "김광현이 SK에서 팀의 3차례 우승과 3차례 준우승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김광현의 MLB 진출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임 대표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김광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이며, SK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팀을 떠나면 구단 입장엔 큰 손실이나, 국위선양의 '대승적 차원'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는 다음달 1일자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김광현의 MLB 포스팅 공시를 요청할 예정이다. SK의 요청을 받은 KBO는 MLB 사무국에 신청서를 보내며, 김광현의 포스팅 시스템 참가 신청을 받은 MLB는 30개 구단에 이를 공시한다.
 
김광현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은 MLB 사무국에 응찰액을 제출하게 되며, 입찰 기간이 끝나면 MLB 사무국은 KBO에 최고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을 통보한다. SK는 나흘 내에 최고 응찰액 수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SK가 수용하면 김광현은 MLB 진출이 가능해진다. 포스팅 성사 여부는 다음달 중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 희망 금액은 정하지 않았다. 민 단장은 "김광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고, SK의 역사를 쌓은 선수다. 합당한 선은 정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을 원한다면 그 선도 맞춰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광현(SK와이번스)이 29일 오후 스탠포드호텔(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왼쪽부터)임원일 SK와이번스 대표이사, 어머니 전재향 씨, 아버지 김인갑 씨, 민경삼 SK와이번스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News1
 
다음은 김광현과 진행한 일문일답.
 
- 소감을 말해달라.
 
▲나는 정말 운이 타고난 선수다. 그간 SK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 아래 'MLB 진출'이란 어릴 때부터 꿈꿨던 희망을 이야기하게 됐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MLB에 진출하는 순간 내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태극마크가 자리 잡을 것이다. 선배들이 닦은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을지 밤잠을 설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응원 속에 힘을 얻었고 더 큰 무대를 향해 첫 걸음을 시작한다. 만일 MLB에서 내 가능성을 인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하겠다. 그리고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허락해준 구단주님과 사장님, 단장님 이하 모든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 어깨 상태는 어떤가.
 
▲지난해와 올 시즌이 끝나고 MRI 검사를 실시했다. 그 자료를 미국 의료진에 의뢰했다. 어깨 상태는 작년과 올해 별반 차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올해에는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거의 180이닝을 던졌다. 내년에도 그 이상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깨도 아프지 않다. 미국 의료진이 괜찮다고 하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 내년에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태다.
 
- 개인적으로 어떤 팀에서 뛰고 싶은가.
 
▲가고 싶은 팀은 딱 한 팀이다.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에 가고 싶다. 보직은 상관없다. 팀에서 원하는 보직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되어 있다. 어느 구단에 가든지 죽을 힘을 다해서 던지겠다.
 
- 어떤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나.
 
▲어렸을 때는 박찬호 선배를 많이 봤다. 초등학교 때 박찬호기라는 야구 대회가 있었다. 그 대회를 하면서 나도 메이저리거가 돼 김광현기를 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랜디 존슨을 보고 배웠다. 그때부터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다.
 
-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장단점은.
 
▲현진이형이 길을 잘 닦아놓았다. 나는 또 하나의 길을 닦아놓아야 한다. 현진이형이 호투할 때마다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현진이형도 메이저리그에 가서 더욱 성장한 것 같다. 나도 앞으로 성장해야 하는 선수다. 현진이형은 마운드에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다. 공 하나하나에 장점이 있다. 현진이형이 2년 간 잘해온 길을 뒤따라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만일 진출을 하더라도 현진이형한테 여러 조언을 듣겠다.
 
- 현지 에이전트는 누군가. 미국 내 분위기는 어떤가.
 
▲멜빈 로만이라는 에이전트다. 과거 랜디 존슨의 에이전트였다. 현재는 몰리나 삼형제를 전부 담당하고 있다. 나를 얼마만큼 잘 챙겨줄 수 있느냐와 선수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 생각했다. 계약이 끝나고 등 돌리지 않고 친한 미국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 미국 내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 나도 기사를 보고 아는 편이다.
 
◇김광현. ⓒNews1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뭔가.
 
▲가서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나는 선수들을 알지만 그 사람들은 나를 모른다. 얼마만큼 친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응원과 기대 속에 매일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기분으로 던져야하니 국가대표라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숙명이기에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 지는 것을 싫어한다. 포스팅 금액에 대한 고민은 없다.
 
- 붙어보고 싶은 타자가 있나. 어느 리그에 가고 싶은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다 붙어보고 싶다.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과연 유인구에 속을지, 직구를 던져 힘으로 붙었을 때 이길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방망이를 치고 싶다. 현진이형이 치는 것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부상 위험도 있지만 나는 야구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치고 달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치는 곳으로 가고 싶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지명타자가 없기에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편하지 않을까 싶다.
 
- 구종 추가 계획은 있나.
 
▲시즌이 끝나고 3~4일을 쉰 뒤 꾸준히 캐치볼을 하고 있다. 공은 매일 갖고 다닌다. 캐치볼을 하면서 슬라이더와 커브 모두 던져봤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미흡한 부분이 많으니 투수코치나 동료들에게 물어볼 것이다. 기사를 보니 현진이형이 내년부터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고 하던데 나도 체인지업을 배우겠다.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는 투구를 하고 싶다.
 
- 또 다른 미국 진출 선수인 윤석민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는데.
 
▲석민이형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내년이 있다. 운동선수라면 슬럼프와 부상이 있다. 언제든지 올라갈 실력이 있다. 나도 첫 해에 부진할 수 있다. 첫 해에 실패했다고 다음 해에 또 못 할 이유도 없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시면 성공할 자신이 있다.
 
- 선배들에게 들은 조언이 있나.
 
▲게임이 많은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선발 투수는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중간 투수를 할 경우에는 시차가 다른 도시도 가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음식은 알아서 잘 챙겨먹으면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계속 있게 된다면 잘 챙겨줄 것이다. 몸 관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 미국에는 누구와 가나.
 
▲영어가 늘 때까지는 통역이 필요하다. 트레이너도 필요할 것 같다. 혼자서 운동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고 팀 트레이너가 있더라도 말이 안 통하기에 한국인 트레이너를 데리고 가고 싶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그래도 통역은 꼭 필요하다.
 
- 올 겨울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SK가 1월15일에 미국으로 캠프를 떠난다고 한다. 그때에 맞춰서 미국 날씨나 생활에 적응할 생각이다. 공 적응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공을 계속 만지면서 느끼고 있다.
 
- 최정도 미국 진출 조건을 갖췄는데.
 
▲정이형도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를 필요로 하는 팀, 마음껏 뛸 수 있는 팀에 꼭 가고 싶다. 정이형이나 (강)정호형, (양)현종이 모두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
 
- 끝으로 한마디 해달라.
 
▲이것말고도 좋은 소식이 있다. 12월에 결혼을 하게 됐다. 아내와 미국에 갈 것 같다. 가장이라는 큰 임무를 맡게 됐는데 더욱 책임감이 생기고 안정될 것 같다.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팬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것이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 응원해주셔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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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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