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이 주춤한 반면 유럽시장은 꿈틀대며 대비를 보이고 있다. 높은 시장 가능성에 제조사들은 앞다퉈 공략을 강화하거나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2002년 미국 아이로봇사가 '룸바'를 출시하며 포문을 연 후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BIA리서치는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이 지난 2009년 5억600만달러(약 6000억원)에서 오는 2016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로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로봇청소기 분야지만 최근 국내와 유럽의 분위기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다. 시장 포화와 악재로 주줌한 국내시장에 반해 유럽시장은 살아나는 소비심리과 나날이 높아지는 로봇청소기에 대한 관심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로봇청소기를 제어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성장 둔화된 국내시장, 모뉴엘 사태로 '찬물'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 2003년 일렉트로룩스가 '트릴로바이'를 선보이면서 출범, 2010년 무렵까지 큰 폭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 2008년 3만6000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2년 만인 2010년 11만대로 급성장하며
LG전자(066570)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구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005930)도 2011년 뒤늦게 뛰어들면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공급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주도적인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시장 초기 높았던 기대에 비해 청소기 본연의 기능인 흡입력에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성장세는 여전하지만 그 폭이 초기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당초 연간 40% 이상의 시장 성장세가 예상됐지만 눈에 띄게 둔화되며 현재 20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업계 일각에서는 최대 20만대 규모일 뿐 10만대 초중반대 규모로 추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관계자는 "해마다 최대 50%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간 성장률이 2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제품 성능평가에서 평가 대상에 오른 7개 제품 중 절반 이상이 마룻바닥 청소 성능과 자율이동 성능이 품질인증 기준치를 넘지 못한 점도 시장 둔화에 영향을 줬다.
비록 최근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기존 청소기에 비해 향상된 모터를 탑재한 제품을 잇달아 내놨지만 당분간 둔화된 성장세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시장에서 중소중견 업체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모뉴엘이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3조원대 제품 허위수출 혐의로 관계자들이 잇달아 구속되면서 가뜩이나 주춤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모뉴엘 사태는 국내 로봇청소기 업체의 대외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스토마토)
이는 국내시장에서의 일시적 판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은 물론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 로봇청소기 업체의 맏형격인 모뉴엘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른 중소·중견 업체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 또한 악화될 수 있기 때문.
국내 한 중소 로봇청소기 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중소·중견업체의 경우 제품력과 작은 규모지만 건실한 기반이라는 이미지를 어필해야 하는데 이번 (모뉴엘)사태는 국내기업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꿈틀대는 유럽시장..전망도 '낙관적'
현재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은 130억달러(약 13조9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로봇 청소기 보급률은 2% 남짓. 아직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은 비슷한 수준의 8%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
국내 시장이 급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중 정체냐 지속성장이냐는 갈림길에 섰다면 유럽의 성장은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GFK는 올해 유럽시장 로봇청소기 보급률을 13%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물론 로봇청소기 사업을 벌이지 않던 업체들까지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의 사각 디자인 로봇청소기(오른쪽)는 유럽지역에서 호평받으며 인기를 얻고있다.(사진=LG전자)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일찌감치 로봇청소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로봇킹 스퀘어'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특히 사각형의 독특한 디자인이 현지에서 호평을 얻는 등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품질력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유럽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삼성전자 역시 올해 로봇청소기에 대한 의욕이 남달라 보인다. 지난 8월 1년6개월여 만에 신작 '파워봇'을 출시, IFA 2014에도 선보이며 시장 확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밀레 로봇청소기 'RX1'(왼쪽)과 다이슨 '360아이'(오른쪽).(사진=각 사)
독일 프리미엄 가전 명가 밀레는 국내업체인 유진로봇과의 연계를 통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밀레는 유진로봇을 통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로봇청소기를 공급받는다. 지난 IFA 2014를 통해 공개된 밀레의 로봇청소기 역시 유진로봇의 작품이다. 높은 자사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진로봇의 제품력을 결합하겠다는 의도다.
밀레 관계자는 "유럽시장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인기에 불이 붙은 상태"라며 "지난 IFA때 공개된 제품들도 유럽향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청소기의 명가 영국의 다이슨도 오랜 준비기간 끝에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9월 지능형 로봇청소기 ‘다이슨 360아이’를 공개한 다이슨은 오는 2015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 다이슨은 일본에서 일반인 30여 가구를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체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제품 출시 역시 일본에서 가장 먼저 이뤄질 예정이다.
비록 첫 출시국은 일본이 유력하지만 다음 출시국은 유럽 또는 북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다이슨이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유럽을 놓칠 리 없다는 것.
이처럼 갈림길에 놓인 국내 시장과 막 불붙기 시작한 유럽시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꺼져가는 시장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