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국내 모듈공장 신설..전략적 노림수(종합)

美, 반덤핑 관세 부담 덜고 '검은머리 외국기업' 이미지 떨쳐내고 '일석이조' 효과

입력 : 2014-11-17 오후 1:34:20
◇한화큐셀코리아가 한화솔라원의 모듈을 이용해 진천 인터체인지 유휴부지에 건설한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사진=한화그룹)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가 국내에 모듈 공장을 신설한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하는 동시에, 그간 중국에만 생산기지를 둔 탓에 들어야 했던 힐난으로부터 일정 부분 벗어나게 됐다. 또 반덤핑 관세 부담을 덜며 미국 시장에 대한 공략에도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전략적 노림수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Chief Commercial Officer)이 주도하고 있다. 경영능력의 잣대인 만큼 업황 침체에도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실제 한화는 삼성과 현대중공업 등 여타 대그룹들이 태양광 사업을 보류하거나 손을 뗐음에도 큐셀 인수 등을 진행하며 사업 의지를 불태웠다.
 
다만 국내에 제조기반이 전무해 이로 인한 질책도 감내해야 했다. 해외에 영업조직과 생산기지가 있는 탓에 고용창출 등 투자 효과를 내세우기 어려웠다. 당연히 내수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 모듈 공장 신설로 국내에서 수직계열화의 고리가 확장되는 것은 물론 '검은머리 외국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일정 부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17일 한화솔라원이 충청북도 음성군에 23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솔라원은 중국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한화솔라원의 한국 지사가 들어서게 된 셈이다.
 
한화솔라원은 약 130억원을 투자해 내년 5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간 1400억원의 매출과 7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은 모듈공장 가동을 위해 약 2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솔라원은 중국 롄윈강에 800MW의 잉곳과 웨이퍼 공장을 두고 있다. 치둥에 위치한 셀과 모듈 공장은 올해 말까지 각각 1.5기가와트(GW), 2GW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충북 음성의 모듈공장까지 완공되면 한화솔라원의 모듈 생산규모는 총 2.23GW에 이르게 된다.
 
한화솔라원의 모듈공장 건설은 국내에서 수직계열화의 고리를 확장하고, 입지를 다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화는 올 초 한화케미칼을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에 나선 것을 비롯해 앞서 한화큐셀코리아를 통해 태양광발전 사업에 진출해 있다. 태양전지 웨이퍼와 셀(전지)을 제외한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태양전지 모듈(한화솔라원)-태양광발전사업(한화큐셀코리아)의 수직계열화 연결고리가 갖춰진 것.
 
한화솔라원은 한화큐셀코리아를 통해 내부 수요를 충당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화솔라원은 미국시장 공략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산 모듈 견제를 위해 미국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탓에 한화솔라원은 그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태양광 업계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국내 제조기반이 전무해 업계에서는 검은머리 외국기업 취급을 받아왔다. 생산시설이 중국와 말레이시아, 독일 등 해외에 위치한 탓이다. 하지만 제조라인 구축으로 업계 내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태양광 업계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2012년부터 불어닥친 태양광 업황 침체로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 웅진그룹 등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 사실상 발을 뺐다. OCI 혼자로서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음성공장의 모듈 생산능력은 지난해 국내 태양광 설치량 455MW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내수와 미국 수출 등에서 한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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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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